(뉴스통신=문효경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투자 기업 주주총회에서 기계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국회의원(인천시 서구을)은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5년간 감사, 이사 반대 의결권 사유 중 법률상 결격 사유로 반대 의결을 한 사례 중 실제로 부결된 것은 한 건도 없고 모두 통과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현행법상 상법과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임원으로 선임된 것. 공직자윤리법상 전직 고위공직자는 반드시 재취업심사를 받아 승인을 득한 후 취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재취업심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버젓이 임원 선임 안건으로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상장기업은 2주 전에 주주에게 안건을 알리고 국민연금기금은 주주총회 1주일 전, 또는 2, 3일 전에 투자위원회를 열어 찬성, 반대 의결을 결정하는데 그 때까지도 재취업심사가 되지 않아 국민연금공단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다.
임원 선임 안건으로 올렸는데 정작 재취업심사가 통과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주총 당일 재취업 심사가 승인 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임원 선임 되고 한 달 후에 재취업 승인이 난 경우도 존재했다. 심지어 전 국회의원과 전 서인천세무서장은 아예 재취업심사를 거치지 않고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기업들은 일단 주주총회에서 임원으로 선임하되 재취업 승인을 못 받으면 무효로 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걸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내정·후취업 꼼수를 쓰는 셈이다. 이는 이사, 감사직을 입도선매하는 것으로 심사를 엄격히 거친 후 승인이 난 뒤 재취업하라는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를 거스르는 것.
이와 관련 신 의원은 “횡령, 배임, 회계 분식 등 특정경제범죄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자 등 주주가치와 기업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이들이 임원으로 선임되고 있다”며 “국민연금공단이 법무부와의 협조로 특경가법상 저촉자로 취업제한을 받는 자에 대한 실태 파악이 안 이뤄지고 있는 점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대기업 총수들이 법률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고위공직을 지낸 이들의 도덕 수준이 어떤지,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취업 심사가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되고 관리가 안 되는 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민연금공단이 관련부처와의 협조를 통해 법률상 결격 사유가 있는 자들의 임원 선임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