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관내 기초단체장(군수·구청장)들에게 유럽의 자원순환센터(소각장) 등을 방문하는 일정을 마련해주면서 설득에 나섰다.
다만 이 일정에는 건립 문제가 심각한 단체장들이 모두 빠진 만큼 시가 ‘외유성’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예산까지 투입한 결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최근 인천시 소속 관계자들과 이재호 연수구청장, 이영훈 미추홀구청장, 강범석 서구청장, 문경복 옹진군수 등이 ‘환경기초시설 벤치마킹 출장단(이하 출장단)’이라는 이름으로 프랑스와 덴머크, 독일의 소각장을 방문하는 5박 7일 간 일정을 시작했다.
24일부터 일정을 시작한 이들은 우선 첫 일정으로 프랑스의 이씨레물리노시(Issy-les-Moulineaux)의 이쎄안(Isséane) 소각장을 방문해 시설 등을 살펴봤다.
이쎄안 소각장은 파리시 및 인근 도시에서 발생하는 연간 약 46만 톤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에너지화 시설로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친환경 소각장으로 언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외부에서 굴뚝이 안 보이게 설계해 소각시설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한 랜드마크 시설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 인천시와 프랑스의 이씨레물리노시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이들이 접견한 앙드레 상티니(André Santini) 이씨레물리노시장은 “기관장의 강단 있는 추진 의지가 있어야 하고 여기에 주민들과의 소통도 끊임 없이 해야 하며 주변과의 조화로운 시설 설계 등을 동반하면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으며 우리 시 소각장도 그런 과정들을 세심히 거친 케이스”라고 전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날 소각시설들을 둘러본 이재호 연수구청장이 ‘이쎄안의 사례를 본받아 인천의 소각장도 주변과 조화로운 미래지향적 시설로 만들어내겠다’, ‘지역의 랜드마크로 활용될 수 있는 멋진 시설로 구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고 전해왔는데 이런 부분들을 감안하면 연수구의 자세가 다소 전향적으로 바뀌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수구는 이미 송도지구 내에 송도소각장이 소재해 있다. 인천시는 향후 큰 변수가 없는 한 이 시설이 앞으로도 연수구 관내는 물론 향후 미추홀구와 남동구 등 남부권역의 쓰레기들을 주로 처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천시의 생각대로라면 이 시설은 증설이 필수인데 연수구는 1년여 전인 지난해 3월 “발생지 처리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소각장 증설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던 바 있었다.
다만 현실적으로 남부권역의 쓰레기들을 처리할 만한 시설이나 상황이 송도소각장 외에 딱히 없는 상태인 데다 연수구 주민들도 송도지구 주민 일부를 제외하면 딱히 강한 반대여론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시선에 따라서는 일부 반대 입장에 ‘님비’라는 지적도 있어 왔었다.
무엇보다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던 이 구청장이 인천시의 유럽 소각장 출장일정에 응해 현재 출장단에 속해 있다는 것은 연수구가 당초 입장에서 선회해 시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는 상태다.
실제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연수구가 이미 소각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반대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천시가 연수구에 추가적인 설득과 인센티브를 통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각에서 있기도 했었다.
연수구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 사실 미추홀구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현재 이영훈 구청장이 출장단에 별다른 반대 의견 없이 참여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강범석 구청장이 출장단에 속해 있는 서구는 어차피 인천시의 제안과 무관하게 소각시설을 만들어 강화군의 쓰레기까지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다.
인접한 강화군이 ‘대한민국 역사문화의 보고’로 불릴 만큼 문화재시설이 워낙 많아 소각장 건립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 강 구청장이 인천시의 제안에 비교적 큰 부담 없이 함께 출장단에 합류해 나름의 ‘장단’을 맞춰준 것도 그런 배경이 있었다는 것이 중론.
전역이 규모가 크지 않은 섬으로 이뤄져 있는 옹진군은 사실상 소각장 조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과거 민선7기 당시 영흥도에 에코랜드 조성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현 유정복 인천시장이 스스로 이를 백지화시킨 만큼 재추진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정작 소각장 건립이 심각한 상황에 있는 인천 관내 군·구라면 부천시의 소각장을 공동으로 사용하려다 계획이 틀어진 부평·계양, 영종지구에 건립하려다 완강한 주민 반대여론에 부딪혀 있는 중·동구 정도가 심각하지만 이들 구청장들은 전부 이번 출장일정을 거부한 상태다.
이를 의식한 인천시가 지난달 군수·구청장 회의에서 해외 일정이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을 감안해 하남 유니온파크 방문일정(4월 2일 일정 소화함)을 제안했지만 추가적으로 응한 단체장은 박종효 남동구청장과 김찬진 동구청장 뿐이었다.
그러나 남동구는 어차피 증설이 유력한 송도소각장을 향후 공동으로 쓰면 될 일이고 동구는 중구의 소각장을 같이 써야 하는 만큼 중구의 결정에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라 이들 구청장의 참석은 사실 큰 의미가 못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차준택 부평구청장과 윤환 계양구청장, 김정헌 중구청장 등이 인천시의 제안에 응해야 의미가 있는 상황인데 인천시는 향후 추가일정을 잡아 이들도 설득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분위기를 보면 설득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편 인천시 관계자는 “오는 2026년 직매립 금지에 대비하려면 지금 당장 소각장을 지어도 시간이 모자란다”며 “이번 해외 출장으로 군수·구청장들이 소각장을 비롯한 환경기초시설 건립에 대해 의지를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출장단은 프랑스 이쎄안에 이어 덴마크의 아마게르바케(Amager Bakke), 그린스테이트(State of Green)를 방문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MHKW 소각장과 재활용센터 등과 유관 기관 등을 방문한다는 방침인데 방문일정에서 나온 코멘트들은 인천시가 즉각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