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국민 1인 당 2천만 원이 넘는 국가채무 상황을 선거가 끝나고서야 밝힌 정부와 집권여당 등의 태도에 인천 지역사회도 단단히 분노한 듯한 분위기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직전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인천까지 와서 했던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 교통관련 약속 등은 총선 직후 ‘대통령의 명백한 선거전 개입’의 의도였음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15일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 등 야당들은 일제히 당 원내대표 등의 발언을 통해 “국가결산보고서는 매년 4월 10일 이전에 발표토록 하고 있는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 “결국 총선에 불리한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 법까지 어겼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역대급 세수부족 등 참혹한 경제성적표로 자칫 정권심판론의 분위기가 고조될 것을 두려워한 정부여당이 의도적으로 연기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이는 기획재정부가 재정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선거에 개입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10년 간 4월 첫째 주 화요일에 발표해왔던 전년도 국가재정집행결산보고서를 선거 다음날인 둘째 주 목요일이었던 지난 11일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는 1,126조 7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982년 통계작성 시작 후 IMF때도 넘지 않았던 50%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런 심각한 내용이 이미 유권자들이 선거를 모두 끝낸 11일 발표되면서 국민들은 그야말로 ‘아연실색’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관련법에 의거하는 발표 시기를 법을 어기면서까지 미루고 ‘민생토론회’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이 지역을 돌아다녔던 것이 사실상 ‘선거개입’으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기 때문.
이에 대해 정부는 “10일이 휴일인 경우 다음날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 야권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 2022년에는 10일이 주말이어서 그 전 시점인 5~6일에 모두 발표했었고 심지어 박근혜 정부때도 2016년 4월 10일이 일요일이었는데 당시 4월 5일에 발표한 사례가 있다”며 정부에 대해 ‘사실상 변명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같은 날 “윤석열 정부가 선거가 끝난 바로 직후 발표한 재정상황은 우리의 예상대로 엄청난 적자규모였다”며 “더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은 대통령이 선거 직전 시점 몇 달간 민생토론회랍시고 수많은 공약들을 남발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민생토론회 시점에서) 대통령이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몰랐을 리는 없었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 지역별로, 또 직역별로 많은 공약을 남발했다”며 “(남발한 공약들을) 어떤 돈으로 실현하려고 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결국 대통령이 국민들을 무시하고 선거에 개입한 것 대통령 본인의 정치적 위기를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만회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러한 국가채무 발표 내용은 사실상 윤석열 정부 스스로가 자초한 상황이다.
현 정부가 법인세와 양도세 등 감세정책을 고집해 오면서 정부가 약속한 ‘3% 건전재정준칙’을 계속 지키지 못하는 등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가 이어졌던 것.
특히 국민 1인 당 2,178만 원의 국가채무 규모는 GDP대비 50.4%에 해당되는 규모로 지난 IMF 때도 있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과 정부의 이러한 태도가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윤 대통령이 한달여 전 그러니까 총선 직전 시점이었던 3월 7일 인천에서도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마련하면서 여러 개발공약들을 ‘남발’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경인고속도로 전 구간 지하화 사업은 비판의 정점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해당 사업을 두고 윤 대통령은 직접 “본인의 임기 전까지 착공하겠다”고 밝혔는데 국가시스템 전반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시점도 아니었던 만큼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인천신항 부두에 1조원 투자 약속을 비롯해 인천항의 자유무역 지정 추진 등 항만·공항산업 발전 및 도심 재개발 등과 교통관련 공약들이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의 자리에서 언급 및 약속됐는데 이들 사업들은 최소 수 조 원의 예산을 요구하는 만큼 ‘정부의 재정상태에 문제가 없음’이 전제돼야 하는 사항들이다.
사실상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표심이 흔들리는 것을 직감한 정부여당이 대통령까지 나서게 하면서, 현재의 재정상황에서 실현 불가능한 내용의 공약들을 남발한 ‘명백한 선거운동’이었다는 지적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토론회만 한 것이 아니라 송도로 자리를 옮겨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과 함께 GTX-B 노선 착공식을 열기도 했는데 재정상황을 감안했을 때 당시의 착공식은 선거를 앞둔 ‘정치쇼’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민주당 인천지역 국회의원 등은 이를 ‘총선개입’으로 규정하기도 했는데, 이들 의원들에 따르면 정부가 예정에도 없었던 착공식을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급하게 열었고 행사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한 정부여당이 지역 야당 의원들을 불참하게 만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민단체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총선 직전 시점에서 개최한 민생토론회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윤 대통령을 직접 신고하기도 했다.
결국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가 ‘선거’와 관련됐음을 직감한 인천시민들은 사실상 윤 대통령에게 보내는 소위 ‘경고장’의 의미로, 이번 총선에서 ‘민주 12, 국힘 2’라는 처참한 결과를 정부여당에 안겨줬다.
한편 현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에 대해서는 경제분야 전문가들의 비판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MBC 뉴스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 정부의 재정 정책은) 감세를 하는데 지출을 더 늘리겠다는 등 양립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양립 가능한 조세재정 정책을 만들려면 기조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