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이재명 대항마’를 자청하며 계양을 단수공천으로 출마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계양산과 관련 “터널을 뚫어야 한다”는 식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간 인천 시민사회단체들이 계양산에 소위 ‘토건의 손’을 대려는 지자체와 대기업 등을 저지하며 산의 환경을 지켜왔음을 감안하면 원 장관이 지역 정서를 모른 채 논란을 자처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인천 시민단체인 ‘계양산시민자연공원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이하 시민연대)’는 25일 계산역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원 전 장관이 계양산에 터널을 뚫어 주차장을 만들겠다는 발언은 그가 인천과 계양에 대한 이해 없이 계양산을 쉽게 뚫을 수 있는 장애물쯤으로 인식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발단은 23일 원 전 장관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계양산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주차난 해소를 명목으로 계양산에 터널을 뚫을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부터다.
당시 이 발언은 원 전 장관이 ‘인천의 진산’으로서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아 온 계양산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지역 정서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으로 비춰지며 상당한 논란이 됐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도 395m의 계양산은 높이 측면에서는 평범한 편이지만 하루 1만 5천 명, 연평균 500만 명의 시민들이 찾는 수도권의 허파인 동시에 수도권 서남부지역의 자연녹지생태축인 ‘한남정맥’의 핵심지역으로 언급되는 생태보고이기도 하다.
때문에 인천시민들은 과거 롯데그룹이 계양산에 골프장 계획을 밝혔을 당시 7개월 여 간 소나무 위 시위를 비롯해 삼보일배, 100일 릴레이단식농성 등을 이어가며 계양산의 환경과 정기를 지켜내기도 했었다.
시민단체들은 원 전 장관에 대해 “계양산은 듣보잡 정치인이 함부로 뚫겠다고 망언할 산이 결코 아니다”라며 그가 제주도지사 시절 비자림로 확장공사로 인해 숲 상당수를 베어내는 등 환경파괴를 자초한 과거도 들춰냈다.
또 그가 국토교통부장관을 지내는 동안 가덕도신항, 새만금공항 등 전국토를 난개발, 부동산투기장으로 몰아가는 등 반환경, 반생태적 행태를 이어간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그가 ‘환경운동의 성지’로 평가받는 계양산의 지역구에서 총선 출마를 한다고 했을 때 우려의 소리가 적지 않았고 결국 계양산을 훼손할 수 있다는 망언을 내뱉은 것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시민단체들은 “계양의 원도심 지역의 주차난은 해결해야 하지만 주차장 부족문제의 해결은 대중교통 및 공공성 확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자연을 함부로 생각하는 원 전 장관이 결코 큰 정치인일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여 비판하기도 했다.
추진위와 시민연대는 “원 전 장관이 계양산 훼손 망언을 즉각 사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 총선 반대운동을 전개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원 예비후보측은 “계양산 터널은 비유적인 표현으로 주차난 해결을 위해 계양산에 터널을 뚫자는 뜻이 아니라 공원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말한 것인데 좀 와전돼 전해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23일 원 전 장관은 주차난 해결과 관련해 “계양산 터널을 뜷거나 주차장을 만드는 방안을 마련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었다.
따라서 원 전 장관 측 해명대로 ‘와전’이라고 하기에는 정황 자체가 무리가 있어 보이는 만큼 한동안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