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160명 가까운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압사 사고의 1주기를 맞는 상황에서 전국 지자체들은 행여나 안전사고가 또 나지는 않을지 우려하며 ‘비상 모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특히 사고가 일어난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인파감지 시스템 등을 가동해 다운타운가를 중점 관리하고 경찰 등 안전관리 인력 투입 등 계획을 마련 중에 있다.
27일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 등에 따르면 세 지자체들은 번화가 인파 밀집 여부를 집중 관리하고 현장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인파가 밀집할 시 재난문자방송을 가동하고 안전관리 인력을 투입하는 등 사고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서울시는 지난해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의 주요 거리들을 비롯해 홍대와 강남역, 명동 등 서울 관내 번화가 16곳에 대한 집중관리에 돌입키로 하고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AI CCTV 등을 도입해 밀집 위험 가능성을 사전에 알려주는 시스템도 가동키로 했다.
용산구와 중구, 성동구, 강남구 등 서울 관내 기초단체들도 현장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안전관리 인력을 투입하고 필요시 경찰에 협력요청을 하는 등 인파를 분산하고 통제하는 등의 관리체계를 마련했다.
인천의 경우 인천소방본부를 콘트롤 타워로 해 부평문화의 거리와 남동구 로데오거리, 송도 트리플스트리트 등 지역 번화가 5개소에 대해 집중 관리키로 방침을 정하고 경찰과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경기도의 경우 수원역 로데오거리와 인계동 등 번화가 지역이 밀집 위험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서는 수원시와 경기남부경찰청이 공동 대응해 인파를 통제하고 분산시키는 등 역할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런가 하면 경찰은 핼러윈데이 주간에 경찰 복장 코스튬의 판매 및 착용을 단속키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24일부터 단속을 시작해 다음달 5일까지 경찰복장의 판매 행위를 모니터링하고 발견되면 삭제 등 조치키로 했다.
현행법상 경찰공무원이 아닌 자가 경찰제복 혹은 유사한 복장을 착용하거나 경찰 장비(유사장비 포함)를 소지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그간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는 암묵적으로 묵인되는 분위기도 있긴 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핼러윈 기간에 워낙 큰 규모의 참사가 일어난 만큼 경찰도 이제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실제 경찰은 작년 핼러윈 이후 주요 포털 사이트와 중고 거래 사이트 51개를 지속 점검하고 10월 현재까지 게시물 삭제 등 총 42건을 조처했으며 경찰제복장비법 위반으로 19명을 검거했으며 3건을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실제 ‘당근마켓’으로 유명한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은 경찰의 방침에 발을 맞추고 경찰복은 물론 군복과 소방복 코스튬 의상 등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모니터링을 통해 거래를 전면 차단키로 방침을 정했다.
한편 지난해 참사를 추모하자는 뜻으로 이태원의 일부 업소는 이 기간(업소마다 다르지만 보통 27~31일 정도임) 휴무를 알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태원거리에서 활동하는 한 상인은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지 않았으냐, 그 기간에 장사를 하면 이윤도 더 있겠지만 그때 휴업한다고 굶어죽는 건 아니기에 (휴무하기로) 정했다”면서 “같은 이유로 쉬기로 한 업소들이 우리 말고도 더 있다”고 전했다.
이 상인은 “그렇다고 이때 문을 여는 업소들을 나쁘게 본다는 건 아니니 오해는 안 했으면 한다”며 “오픈 여부를 떠나 상인들 대다수에게서는 (당시 사고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는 현장에서만 무려 156명의 사망자를 냈고 이후로도 3명의 추가 사망자가 더 나왔으며 부상자도 200명 가까이 되는 2020년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그야말로 ‘참사’ 그 자체였다.
이후 경찰과 행정당국의 부실한 대응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혔음에도 불구하고 이상민 장관이 “경찰인력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정부가 지자체에 “‘참사’ 등의 표현을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는 등, 정부 당국자들의 책임회피 및 축소 의도가 의심되는 발언이 이어지며 더욱 논란이 됐다.
결국 이를 보다못한 해외의 주요 외신들(영국의 BBC와 로이터, 미국의 CNN 및 뉴욕 타임즈 등)은 한국 정부의 대응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정부의 자세를 비판하는 보도를 내 소위 ‘나라 망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