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19일 진행됐던 인천시 국정감사를 지켜본 시민들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에 대한 실망감을 전반적으로 표출하는 분위기다.
지역사회 차원에서 최근 가장 논란이 된 송도 8공구 R2 개발사업 등 여러 논란의 현안들을 아예 다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미 해결책 없이 정쟁화돼 있는 수도권매립지 문제에만 열을 올리다 끝이 난 결과에 지역사회는 제대로 된 국감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9일 인천시청 2층 대회의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경까지 인천시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뉴스통신>을 비롯한 다수의 중앙 및 지역언론의 열띤 취재가 이어지기도 했던 이날 국감은 인천시와 국회방송 등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현재도 국회방송 NATV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보기로 시청할 수 있다.
20일 오후 4시까지 국감을 생중계 및 다시 보기로 시청한 인천시민들은 대부분 국감을 준비한 국회의원들의 질문공세 수준이 느슨한 데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같은 당 소속의 의원들이 대놓고 ‘감싸기’에 치중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까지 지역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송도 R2 개발사업이 당초 집중 추궁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그 외에 검단 아파트 철근누락 붕괴사고 등도 거의 언급되지 않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또 앞서 언급한 사안만큼 논란이 컸다는 평가가 중론인 부영의 테마파크 개발사업 관련 토양오염 정화 등에 대한 언급도 언론보도를 기반한 한 차례의 질의로 ‘사실상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그렇다 보니 국감 직후 특히 송도 주민들을 중심으로 시 국감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분위기다. R2 개발사업이 주관주체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물론 인천시까지 발칵 뒤집히게 할 정도로 논란이 거셌지만 정작 국감에서 일말의 언급조차 안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
송도지구 한 주민은 “R2도 물론 그렇지만 부영 테마파크 등 여러 논란 중인 현안들이 있는데 너무 수박 겉핥기 느낌이었다”며 “언론들의 보도만 봐도 상당한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의원 및 보좌관들의 준비 부족 같아 보였다”고 비판했다.
다만 R2 개발사업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10일 이 사안을 다루면서 26일 하이틴 스타 출신의 김민종 KC컨텐츠 대표이사 등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 조만간 사안을 다룰 예정인데 이를 감안한 행안위가 언급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다만 그렇다 해도 부영의 토양오염 정화 관련 논란을 비롯해 영흥화력발전소 등 환경문제와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 영어 통용도시 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지역 현안들을 언급하지 않거나 짧게 다루는 등의 결과는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현재까지 뚜렷한 해법이 나와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쟁화’가 돼버린 수도권매립지 문제에 대해서는 유 시장과 야당 의원 간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졌지만 이는 오히려 인천시에 산적해 있는 여러 개선요구 사항이 매립지 공방에 묻혀버린 결과로 작용하고 말았다.
물론 국회 행안위원장(김교흥 의원)이 서구지역 국회의원(서구갑)인 관계로 어느 정도 예상은 됐었으나 어쨌든 현 시점에서는 해결이 사실상 힘든 이 문제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웠다.
국감을 생중계로 봤다는 미추홀구 시민 김모씨(39)는 “매립지 문제에 집중한 국감의 진행과 결과는 명백히 ‘국회 패배, 인천시 승리’라는 생각”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그 누구도 확실한 해결책을 들고 나오지 못하는 매립지 문제에 집중한다면 사실 유 시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준비해둔 논리로 싸우고 반박하기만 하면 그만인데 국회가 그리 해주겠다면 인천시로서는 고마울 일이라는 논리다.
그는 “김교흥 의원이 매립지가 소재한 서구 의원이긴 하지만 국감 자리엔 냉정히 인천시 시정에 대해 지적하고 고치도록 하는 국감 위원장으로 온 것”이라며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이해는 하지만 매립지 문제에 지나치게 매몰된 듯한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최근 가장 문제가 된 전세사기 현안과 관련해 용혜인(비례, 기본소득당), 권인숙(비례, 민) 의원 등이 인천시가 60억이 넘는 지원예산을 세우고도 실집행은 1억 원도 안 되는 점 등을 짚어 비축 예산을 의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 현 정부 들어 지원을 전면 거둔 지역화폐 문제에 대해서는 유 시장이 “우리가 2천억 넘게 재정을 투입했다”고 하자 문진석 의원(충남천안갑, 민) 등이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뤄져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세원으로도 어느 정도 환원되는 것”이라며 “과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또 충북지역 국회의원인 임호선 의원(증평·진천·음성) 등은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용과 관련해 “강화·옹진·동구 등의 기금 실집행 비율과 건수가 너무 낮고 옹진군은 더 심해서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시에서 의지와 역량의 문제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인천시 현안에 대해 김교흥·이성만 의원(부평갑, 무소속) 등 지역 국회의원들보다 다른 지역 혹은 비례 의원들이 개선이 요구되는 사안을 더 잘 짚은 셈이 된 것이다.
이성만 의원 역시 부평미군기지 및 3보급단 등이 떠난 토지 이용 등에 대해 아파트나 공원에 치중하는 것보다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전략모델을 찾을 것을 주문하는 등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주문은 많았지만 이를 제외하면 딱히 인천시 현안에 대해 꼬집고 개선을 요구하거나 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표심을 의식한 자세라고 보면 이해가 아예 안 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국감에서의 본연의 자세와는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 <뉴스통신>이 만나본 ‘국감을 시청한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아예 한술 더 떠 같은 당 소속인 유 시장에 대해 노골적으로 편을 들어주는 자세를 보이며 본인들이 국감을 진행하는 국회의원이라는 본분을 잊은 듯한 모습까지도 보였다. (관련 기사 하단 링크 참조)
특히 인천시가 상위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추진하고 있는 정당 현수막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권성동 의원(강원강릉)과 정우택 의원(충북청주상당) 등은 “국회가 해야 할 일인데 먼저 해줘 고맙다”는 낮뜨거운 멘트를 던지기도 했다.
유 시장을 띄워주려는 의도를 우선순위로 생각한 탓에 결국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안 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셈이 됐기 때문.
또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비판의 시선도 존재하는 신청사 건립 문제와 관련 민선7기 당시 통과되지 못한 행안부 중앙투자심사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사무공간을 확보해야 했던 상황은 숨기고 “전임 시장의 잘못, 유 시장이 잘한 것”이라는 등의 메시지도 듣기엔 민망한 구석이 있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김용판 의원(대구달서병)의 “민선7기는 민선6기(유정복 시장 임기)를 지우는 행정을 보였다”거나 조은희 의원(서울서초갑)의 “인천시의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이 여성 인사라는 것에 감사드린다”는 등의 멘트는 그야말로 ‘낮뜨거움의 진수’였다는 평가가 중론.
여기에 박성민 의원(울산중)이 일본정부의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정부를 향한 비판을 ‘가짜뉴스, 괴담’ 등으로 에둘러 표현한 것도 인천시 국감에서 거론하기엔 적절치 못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수구 주민 박모씨(44)는 “두루뭉술한 자세를 취한 야당 의원들의 준비성도 문제고 국감에서조차 전임 시정부를 다시 한 번 정치적으로 들추고 개선을 요구해야 하는 국감에서 칭찬 일색의 자세를 보인 여당 의원들은 더욱 문제”라며 “짧은 시간에 많은 현안들을 다뤄야 하는 국감에서 의도적으로 시간 낭비를 하고 만 것”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