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서울시가 인천시·경기도와의 협의도 없이 정기권 도입을 발표하면서 세 지자체 간 불편한 심기가 노출되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갈등보다는 협의점을 찾아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어차피 정부가 내년부터 추진하겠다는 통합 정기권 ‘K패스’와의 접점 문제도 있는 만큼 지역사회 안팎에서도 서울시가 일방적인 행정보다는 협의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 그리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함께하는 ‘수도권 통합 정기권 협의체’의 구성을 제안했다. 서울시의 교통 정책이라면 어차피 통합환승할인제도와 엮여 있는 인천·경기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같이 풀어가 보자는 얘기다.
‘기후동행카드’라는 타이틀로 알려져 있는 서울시의 정기권 계획은 월 6만 5천 원을 내고 정기권을 구입하면 서울시내의 지하철과 지·간선 시내버스(마을버스 포함), 공공자전거 등의 교통 수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시는 정기권과 관련해 광역 버스와 타 지역 면허의 버스는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는 설명이지만 철도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무대책’이라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정기권의 중점사항인 전철교통이 인천 및 경기지역과 직접 연계돼 있는 만큼 시스템 상으로 ‘벽’을 치는 것이 불가능한데 이를 알고도 강행하면서 인천시·경기도에 직접적인 재정 압박을 준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서울시는 정기권을 운영하게 되면 시범 운영 기간인 5개월 간 약 750억 원 가량이 들 것으로 발표했지만, 정확한 근거를 밝히지 않은데다 환승에 따른 정산 방식이나 재원 손실 규모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어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정기권을 강행했을 때 지자체 지원금 분담 방식 등 세부 사항을 인천시·경기도와 협의해야 함에도 이 과정이 깡그리 무시된 채 일방적인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부가적으로 정부가 K패스를 도입하게 됐을 때 지원 비율을 어떻게 맞출 지에 대해서도 역시 얘기는 없었다.
인천시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시가 밝힌 바로는 현재도 인천시가 400억 원 이상 손실 분을 메우고 있는데 자체 추산 결과로는 지금 부담하는 것을 빼고도 ‘최소 400억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시는 또 환승에 역차별을 받는 영종지역 주민들에 대한 손실 보전 명목으로 수십 억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후 정부가 K패스 도입 시 발생할 지자체 부담 분을 약 90~100억 원 정도로 보고 있기에 적잖이 예산 부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인천시는 서울시의 ‘앞뒤도 안 보고 행동하는 식’의 행정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탄소 중립 등을 목표로 정기권을 도입하고자 하는 취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우리는 수도니까 그냥 따라오라는 식의 서울시 행정은 불편한 게 사실”이라면서 “협의체가 구성된다면 어떻게 해결을 하면 시민 이익으로 결부될 수 있을지를 심도 있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역시 인천시와 입장은 비슷하다. 서울시의 행정은 독단적이고 부적절하다면서도 어차피 정기권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소통의 창구는 마련하는 게 옳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실상 생활권이 묶여있는 수도권 교통 정책은 한 지자체의 일방적인 강행으로 해결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서울시가 경기도·인천시 등과 함께 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하게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3개 지자체 간 공동의 노력을 전제하기 위해 경기·서울·인천 세 지자체의 교통국장이 중심이 되는 교통실무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나선 상태다. 사실상 인천시와 대동소이한 자세다.
다만 인천시·경기도는 서울시가 정기권 정책 추진 계획에 대한 수립 과정은 물론 예산 규모 책정 작업 및 근거, 배경 등에 대한 일체의 자료들을 지자체 측에 공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두 지자체가 서울시에 이런 자료를 요구하는 이유는 당연하다. 자신들의 예산 부담 및 근거도 파악해야 하지만, 당장 내년에 정부가 K패스를 도입하면 해결 과제가 될 중복 지원 문제라던지 지원 비율 등 제반 사항을 놓고 계산과 협의를 계속 거쳐야 하는 만큼 ‘근거자료’ 중 하나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 서울시로서도 인천시·경기도와의 원만한 협의를 바란다면 이러한 자료들을 두 지자체에 전달할 필요도 있다. 어차피 수도권 전체가 통합환승할인제도를 적용 받는 이상, 서울시가 두 지자체에게까지 ‘비공개’의 자세를 유지해서도 안 되겠지만, 사실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인천시민들의 입장도 인천시와 대체로 비슷하다. 당장 다음달부터 적용될 교통 요금 인상이 적잖이 서민 부담을 주는 상황이라면, 정기권 도입 등으로 어느 정도 완만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불편함의 표시보다는 일단 대화는 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다만 정의당 등 일부 야당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정기권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면은 있으나 수도권 시민들의 월 평균 교통 요금은 7~8만 원 수준으로 파악되는데 그보다 겨우 5천~1만 원 낮은 수준이라면 사실상 생색내기이자 빚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