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확대 추진하고 있는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에 대한 갑론을박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쟁에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도 없이 ‘위령비 헌화’를 하겠다고 밝힌 유정복 인천시장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본인 향한 비판을 물타기하려는 것이냐”는 의혹도 나오는 상태다.
13일 인천평화복지연대(이하 평복연)은 “인천시가 인천상륙작전을 진정한 평화와 화합의 행사를 만들겠다면 유 시장이 정부를 대신해서라도 월미도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와 귀향 대책을 우선 순위로 하라”고 촉구했다.
전언에 의하면 인천시는 오는 15일 유 시장이 전승 행사 스케줄 일환으로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를 위해 세워진 위령비에 헌화할 계획이다. “전쟁의 아픔을 기념한다”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한 행보로 읽히는데 시민단체 전반은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평복연 측은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화한다는 명목으로 시민과 국민 세금이 30억 원 내외로 쓰이지만 월미도 원주민들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한 지자체 비용은 약 2천만 원 정도 규모인 것을 보면 인천시의 태도를 짐작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의 상황만 보면 인천시가 ‘위령 사업 일환’으로 해온 일들이라면 2020년 5월부터 피해 주민 37명 중 인천 거주가 확인된 25명에게 매달 25만 원씩 생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그 외엔 과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권고에 따라 위령비를 조성하고 위령제에 소액 정도를 지원하는 것이 전부여서 실상 희생자와 실향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당시 진실화해위는 당시 미군이 인천상륙작전 과정 중 민간인 희생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없이 월미도 전체를 무차별 폭격하고 주민들에게 기총소사까지 했다는 사실을 조사를 통해 밝혀냈다.
이렇게 희생된 사망자 수는 100여 명 가량이지만 신원이 확인된 케이스는 10명 남짓한 상황인데, 1953년 휴전 후 월미도의 군사기지 활용 계획으로 인해 당시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살던 땅에서 대책도 없이 쫓겨났었다.
이후 국방부는 1970년 미군으로부터 월미도를 반환 받는 과정에서 민간 토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국가 소유로 보존 등기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는데 이후 2002년 인천시가 이를 사들였고 현재 월미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결국 강제로 쫓겨난 원주민들은 살던 땅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고 정부와 인천시 모두 문제 해결에 사실상 ‘뒷짐’을 지면서 대체 부지 마련 등의 대안조차도 제안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문제를 직시하고 있던 안병배 전 인천시의원 역시 지난해 위령제에서 “위령비 하나 세우는 그 과정도 아주 힘들었다”면서 인천시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힌 바도 있다.
평복연은 “유 시장의 위령비 헌화가 진정성 있는 행보인지, 인천상륙작전 대규모기념화에 대한 비판을 물타기 하려는 요식행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결국 월미도 원주민들의 희생에 대한 공식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귀향에 대한 대책이 여전히 빠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월미도 주민들의 공통된 진술에 따르면 1951년 당시 표양문 인천시장(1962년 작고)은 주민들에게 ‘미군 철수 후 다 돌아가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미군으로부터의 반환과 인천시의 매립 등 일련의 과정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면이 없진 않았겠지만 졸지에 살던 곳을 모조리 뺏긴 원주민들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일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인천시가 매입을 한 후의 과정에서 원주민들을 감안하지 않고 그대로 공원으로 조성을 추진하면서 월미도 원주민들과 인천 시민사회 진영이 농성을 시작하는 등의 역사는 지역사회에서 익히 알려진 바다.
시민사회 진영의 노력 끝에 지난 2008년 진실화해위가 2008년 미군의 폭격 사실을 밝혀냈고 2022년 진실 규명 결정 사건에 대해 배상·보상 법안 제정을 국회와 정부에 권고했지만, 73년이 되도록 월미도 원주민들의 희생에 대해 미군·정부·인천시 등은 진정성 있는 사과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평가다.
그런 상황에서 인천시는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한다”며 올해 27억 원, 내년은 35억 원 정도(확정된 건 아님)까지 확대해 재정 투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선에 따라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겠지만 “전쟁을 관광 상품화하고 인천을 전쟁도시로 이미지화한다”는 비판에서는 불가피한데, 유 시장은 이에 대해 “상륙작전이 열렸던 노르망디 역시 전승 행사를 하지만 전 세계 어디에서도 노르망디를 전쟁 도시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받아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는 15일 위령비에 헌화를 계획하고 이종호 해군참모총장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을 참여 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복연은 이러한 발상이 “진성성이 있느냐”고 묻는다. 헌화에 앞서 미군·정부·지자체에서 원주민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고 월미도 원주민들의 귀향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위한 계획이 없다는 이유다.
평복연은 “이 두 가지가 헌화에 앞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 시장이 인천상륙작전 기념 행사에 월미도 주민들의 희생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 시장은 12일 월미도원주민 귀향대책위가 주최한 추모 행사에 참석하지도 않았고, 여기에 인천시는 위령비 옆에 인천상륙작전을 실행하는 군인들의 동상 사진이 새겨진 인천상륙작전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기까지 하며 논란을 자초하고 말았다.
평복연은 “이 현수막이 인천시장의 헌화식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파악되고 있는데, 이는 유 시장의 헌화식이 진정성 있는 행보라기보다는 주민들의 희생을 인천상륙작전 ‘기념화’에 활용하는 요식행위임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평복연 관계자는 “월미도 원주민들도 인천시민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월미도 희생자들에 대해 지자체와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단 한 번이라도 보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