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젊은 변호사 단체가 무분별하게 내걸렸던 정당 현수막이 평등권과 환경권을 침해한다며 옥외광고물법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와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두 단체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외광고물법(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8조의 8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지난달 옥외광고물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청구인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던 만큼 이번 헌법소원 청구는 그 발표의 ‘후속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이 광고 현수막을 걸기 위해서는 일선 지자체의 허가를 받은 뒤 수수료를 내야하고 어기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정당 현수막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데 이로인해 옥외광고물법이 차별을 전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당협위원장은 현수막에 이름을 표시할 수 있어 자신의 홍보 기회를 무한으로 제공받을 수 있지만 무소속 정치인과 일반 당원은 그렇게 할 수가 없는 만큼 평등권에서도 차별이 전제돼 있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설치 장소에 제한을 받지 않고 있는 정당 현수막이 학교·주거지역 주변에 난립해 시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옥외광고물법은 12월 개정 전까지는 관할 지자체 허가를 거쳐 지정된 곳에만 현수막 등을 설치할 수 있었으나 개정 이후로는 정당 현수막 설치에 허가·신고·금지·제한을 두지 않도록 했다.
당시 개정의 이유는 정당 활동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한다는 이유였지만 개정 이후 현실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경제적 부족함’이 많지 않은 거대 양당이 현수막 자리를 독식한다는 지적과 함께 비방의 내용 등도 시민들의 눈을 거슬리게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인천시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옥외광고물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지난달부터 연수구를 시작으로 정당 현수막 강제 철거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상위법이 있는 상태에서 법을 위반하는 조례를 세운 것은 물론 개정된 조례의 내용에서 사전검열 의혹을 낳는 등 다른 문제들을 야기해 왔다.
개정된 조례는 정당 현수막의 지정 게시대 게시와 국회의원 선거구별 4곳 이내 설치 제한, 현수막 내용에 혐오와 비방 불가 등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정당현수막에 대한 민원은 ‘난립’의 내용이 주 원인이었던 만큼 ‘혐오와 비방 불가’를 전제한 것은 “선을 넘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혐오와 비방이 있는지를 인천시가 사전에 살펴보겠다는 것인 만큼 ‘사전 검열’의 소지가 있는데 추후 ‘선출직’에 해당되는 정치인들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행정안전부는 인천시 조례에 개해 “상위법의 위임이 없기 때문에 위법하다”며 대법원에 제소했으나 시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 전까지 조례가 유효하다”는 논리로 맞서면서 실제 현수막을 철거당한 일부 정치인들이 법적 다툼을 예고하는 등 분위기가 녹록치 않다.
다만 유정복 시장도 속해있는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가 지난달 27일 ‘옥외광고물법의 정당 현수막 관련 조항 폐지를 위한 공동결의문’을 채택하고 인천 시민들도 전반적으로는 현수막 철거에 찬성의 뜻을 밝히고 있어 인천시의 강행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인천시가 마냥 ‘시민 민의’를 주장하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현수막의 강제 철거가 상위법 위반 상태에서 진행되는 만큼 이 작업에 나서고 있는 일선 공무원들을 법적으로 보호해 주지 못하는 데다 앞서 언급한 ‘사전검열’ 의혹도 있기 때문.
개정 조례를 반대해 왔었다는 남동구 주민 박모씨(35)는 “사실 내 주위 시민들은 찬성 의견이 많은데 나도 사전검열 의혹만 아니었으면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필요한 작업에 정치적인 부분을 끌어들였다는 느낌 때문에, 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 찬성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