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일제 정비를 예고한 ‘조례 위반 현수막’에 대한 철거 작업을 12일부터 시작했다.
정치인들의 ‘현수막 싸움’을 보지 않아도 돼 시원하다는 주민들 반응이 있지만 공직사회 등 일각에서는 관련 법을 개정 정비하기 전 강제철거를 한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12일 인천시는 6월 8일부로 개정한 조례(인천시 옥외광고물 조례)에 따라 해당 조례에 저촉되는 현수막에 대한 일제 정비를 예고한 데 이어 예고 기간이 끝난 이날 연수구를 시작으로 첫 철거 작업에 나섰다.
앞서 시는 지난 10일 계도·홍보 기간을 거쳐 12일부터는 조례를 위반한 현수막을 일제 정비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통상적인 계도 기간이 최소 며칠은 준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 빠른 속도로 강제 행정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시는 연수구청 인근에서 정당 현수막을 포함해 조례 위반 사항에 해당된다고 밝힌 현수막들을 하나하나 철거하기 시작했다. 정비 대상은 인천 전역 옥외 광고물 법령과 조례를 위반하는 모든 현수막이다.
특히 시는 주요 사거리나 어린이 보호구역 등 교통상 시야를 가리거나 하며 시민의 통행과 안전에 방해가 된다는 현수막을 강제 철거하는 등 중점 정비할 방침이라고 밝힌 상태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현수막 철거 일제 정비와 관련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 헌법이 보장한 시민의 기본권을 해치는 정당 현수막에 대한 시의 규제는 정상적인 자치 활동으로 현수막 정비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를 수행해야 하는 공직 사회에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은 정당이 설치하는 현수막은 허가나 신고를 하지 않아도 장소·시간·형태의 제한 없이 설치가 가능한 상태다.
물론 이들 현수막들이 난립하면서 안전사고, 일반 현수막 단속과의 형평성, 도시환경 저해 등 시민 불편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인천시의 명목이지만 현재 시점으로 철거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상위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강제철거가 시민들이 원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해도 법령 정비 등 절차를 먼저 거쳐 정치권과 지역사회 전반에서 명확한 동의의 뜻을 확인한 뒤 단계적으로 정상 진행했어야 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미 행정안전부가 이를 확인하면서 “인천시 조례는 상위법에 위임 조항이 없기 때문에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을 위배하고 있다”며 대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통상적으로 행안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제소한다는 것은 사전에 정확한 법률 해석을 전제하는 만큼 법정에서는 인천시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률계의 전반적인 해석이다.
이미 정치권 일부 인사가 인천시 및 담당자에 대한 고소와 고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명백히 조례보다 상위법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우선하기 때문으로 현재 시점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당연한 행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직자는 “정치적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유 시장이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라며 “법령이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 철거에 돌입하면 자칫 담당자만 죄를 뒤집어쓸까 우려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다른 공직자 역시 “유 시장이 중앙 및 지역정가에서도 행정 경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아니냐”며 “일선 공무원이 난처해질 수 있을 가능성을 모르지 않을텐데 왜 공직자들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저렇게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히고 “공직사회는 절차와 순서라는 게 중요한 만큼 순차적으로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 여론은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주민들은 정치인들이 현수막 싸움을 하는 것을 더는 보지 않아도 된다며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지역사회 활동가 등은 공직자들 일부의 걱정과 같은 내용의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개정된 조례 내용이 자칫 사전 검열, 정치적 의도 등을 내포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 여당이 지역에서 조례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내비치고 있다.
실제 최근 개정된 조례 내용을 보면 우려가 나올 만도 하다. 개정조례는 ▲정당 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해야 한다 ▲설치 개수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소 이내로 제한한다 ▲현수막의 내용에는 혐오와 비방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중 ‘혐오·비방의 내용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은 현수막의 내용을 인천시가 사전에 보겠다는 것으로 시가 이를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미 지역사회에서는 해당 조례가 “시대착오적이며 전근대적”이라는 지적도 있어 왔다.
또 ‘혐오·비방의 내용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은 ‘난립하는 현수막을 정비한다’는 내용과도 연관성이 없다는 평가가 중론인 만큼 지역사회는 사실상 야당 측 현수막들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의도를 강하게 담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인천시는 유 시장을 통해 군수·구청장 협의회 및 각 정당 인천시당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사실상 국민의힘만이 협조하고 있는 상태로 다른 정당들은 ‘협조’보다는 ‘강제’를 당하고 있는 형국으로 해석함이 더 옳아 보인다. 문제는 이런 행정이 인천시에 전혀 유리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만약 행안부에서 이런 점들을 빌미로 향후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해주는 보통교부세 등에 대해서도 인천시에 꽤 높은 수준의 ‘패널티’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것이 현실화되면 전국 광역시·도 중 인천시만 불리해지는 꼴이 된다. 민·관에서 동시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