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중·동·옹진지역의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광역소각장 조성 사업과 관련, 논란이 되고 있는 서부권 광역소각장의 입지 선정 위원회 일정을 돌연 연기했다.
시는 ‘주민 공론화 작업’을 명목상의 이유로 대고 있지만 시민 청원에서 시 공식 답변 요건이 최근 충족된 데다 여론 상으로도 영종지역 5곳의 후보지를 대놓고 강행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에 따르면 26일로 예정된 서부권 광역소각장 입지 선정 위원회를 연기키로 하고 해당 내용을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26 예정돼 있었던 입지선정위원회에서는 앞서 선정된 소각장 후보지 5곳에서 3곳으로 압축할 계획을 잡고 있었으나 후보지 5곳이 모두 영종지구에 있는 것을 확인한 영종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시는 2021년 11월 입지 선정 위원회가 꾸려진 이후 전문 연구 기관을 선정해 중·동구 지역 5천여 곳을 분석하고 7차례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고 하지만 현재 영종지구 주민들은 물론 김정헌 중구청장까지 들고 일어나는 등 상황이 심각한 상태다.
특히 선정위의 구성원들을 확인해 본 바 원도심 출신 인사는 7명이었던 것에 비해 영종지역 출신은 2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처음부터 이 같은 결과가 예견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반면 인천시는 “선정위 회의 결과는 비공개에 해당되며 우리 시는 ‘선정위 권한의 부분’은 존중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는 원칙에 따라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었다.
따라서 이번 선정위 일정 연기가 이미 선정위가 정한 후보지 5곳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일종의 ‘출구전략’을 짜기 위한 포석인지, 아니면 선정위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 될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은 상태다.
현재까지의 정황으로 보면 영종지역 주민들의 민심이 끓어오르는 상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선정위가 가진 권한을 시가 일방적으로 뒤집게 된다면 논란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자원순환센터가 이미 인천시민들 전부에게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판에 후보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은 영종지구 주민들과 달리 가만히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이는 인천시가 세운 기본 방침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선정위에 소속된 주민 대표 5명 가운데 중구 지역 위원 2명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사퇴하는 등 선정위 내에서도 뚝딱거리는 분위기가 나오는 것을 시가 마냥 간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 최근 올라온 관련 시민 청원이 의견 기간이 아직 충분히 남은 상태에서 이미 시 공식 답변 요건(공감 수 3천 건 이상-25일 오후 4시 현재 3천 76건)을 충족한 만큼 유정복 인천시장 혹은 시 고위 관계자의 답변이 ‘필수’가 되어버린 것도 나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우선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 및 설명회를 추진하고 선진 시설인 하남 유니온파크, 아산·평택 주민편익시설 등 타 시도 및 국내·외의 자원순환센터와 주민편익시설 등을 주민들과 함께 견학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영종주민들은 시의 이같은 계획이 결국 후보지 선정을 관철 시키기 위해 주민들 일부를 꾀어내기 위함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아직까지는 강력한 항의의 뜻을 여러 경로로 전달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 영종주민 중 한 명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시민 청원 글 중 하나는 “주민들 몰래 후보지들을 영종에 ‘몰 빵’해 놓고 의견을 수렴한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며 “기금이나 인센티브 따위 챙겨 받으면서 내 집 근처에 소각장 들여놓을 생각 없고 견학 끌려 다니면서 설득 당할 생각 전혀 없으니 (인천시는) 꿈 깨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내용은 영종주민 상당수의 여론이기도 한데 이 여론에 대해 원 도심 시민들 중 일부는 “전형적인 ‘님비(NIMBY-Not in my Mackyard)’현상”이라며 “본인들이 싫은 시설이면 남은 받아도 되는 것이냐, 결국 행정이 결정하는 것이고 싫으면 떠나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반론을 내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지역별로 극명하게 여론이 갈리기에 누군가는 불만이 가득하다 해도 결국 행정을 통해 결정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온 만큼 인천시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 관계자는 “입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주민 수용성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며 “서부권 소각장 준공 목표 시기는 2028년으로 아직 소통할 시간은 있으니, 남은 기간에 영종지구 주민들과 최대한 많은 의견을 나눠보겠다”고 일단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