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 창영초등학교 구 본관교사 건물. ⓒ문화재청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시민사회에서 논란이 됐던 인천 창영초교 이전 문제에 교육부가 제동을 걸었다. 

이로써 유정복 인천시장까지 논란에 가세한 학교 이전 문제는 당분간 '일단락'의 분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31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학교 신설 및 이전 등을 심의하는 중앙투자심사를 열고 심사 안건에 포함돼 있던 창영초교 이전안에 대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교육부가 시교육청에 아직 관련 공문을 통보하지 않아 정확한 부결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최근 해당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서가 교육부에 제출된 것을 이유로 중투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창영초교 이전 문제는 시교육청이 인근 재개발구역(금송·전도관)에 대한 학교 수요 및 동구 관내에 여중·여고가 없다는 이유로 창영초교를 재개발구역에 신축하고 기존 창영초교 자리에 여중을 설립하는 내용을 골자로 추진돼 왔던 사항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일부는 “창영초교 구 본관교사가 시 유형문화재 제16호로 지정돼 있고 학교 교정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데도 시교육청이 강제로 추진한다”며 반발했다.

인천지역 30여개 시민단체와 지역활동가 130여 명은 ‘인천 창영학교 이전 사태를 우려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으로 표기)’이라는 연대단체를 만들고 “절대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학교 학부모회와 운영위 측은 시민모임 측 주장에 대해 “문화재 보호구역 내 학교 시설에 보완에 한계가 있어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며 “역사가치를 무시한 결정이 아니라 여러 숙의과정에서 나온 현실적 대안”이라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민-민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결국 이는 정치적인 논란으로도 번졌다. 최근 유 시장은 SNS를 통해 “역사성과 상징성, 정체성을 외면하고 여러 지역사회 의견을 무시한 채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에 가세했다.

그러나 학교 신설이나 이전은 전적으로 교육감의 권한인 만큼, 유 시장이 공개적으로 시교육청의 행정에 날을 세운 언급을 한 것에 “시장이 교육행정에 간섭하는 일종의 ‘월권’을 부린 게 아니냐”는 논란도 나왔다.

또 현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진보 성향의 교육인사인 만큼, 일각에서는 보수정당 소속인 유 시장이 의도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다는 등의 의견도 나오며 시와 시교육청의 기관 대립 양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자신들이 강제한 결정이라기 보다 주민 및 관계기관 등 지역사회 차원의 요구가 있었다고 해명하면서 결국 키를 교육부에게 넘겼다. 결국 교육부가 재검토 결정을 내림으로 당분간 문제는 ‘일단락’된 셈이다.

시민모임 측은 이날 논평을 내고 “시교육청이 인천 최초의 공립학교인 창영초 이전의 중요성에 비해 충분한 공론화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심사 결과를 잘 새겨 지역사회와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이전을 주장해왔던 학교 학부모회와 운영위 측은 “이 문제를 그대로 두면 재개발구역 인구 유입이 본격화되는 2026년부터는 과밀학급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학교 이전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또 “초교를 신설하게 되면 창영초와 신설학교 학군이 겹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원도심 창영초교는 자칫 폐교 위기에 처할 수 있고 그러면 학교 역사가치에 있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고 우려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30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교육부 심사 결과와 무관하게 찬반 의견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며 “학부모, 학교 관계자, 지역사회 모두가 공감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이전 추진’으로 가닥을 잡았던 시교육청이 전날 보도자료에서 갑자기 ‘발을 빼는 식’으로 태도를 바꾼 후 재검토 결정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내부에서 중투심 결과를 사전에 파악한 게 아니었겠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측은 아직 교육부에서 심사 결과에 대한 통보를 정식으로는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여러 의견을 고려해 안건을 재상정할 지에 대한 여부는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중투심은 오는 4월 또 열리기 때문에 안건을 재상정하는 ‘시나리오’ 자체는 가능하다. 시교육청으로서는 적잖이 고민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시민단체에서 이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는 학부모 측에서 강하게 이전을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행정기관으로서는 이를 외면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또 민간 영역에서 찬반이 ‘강대 강’ 구도로 부딪히고 있는 문제인 만큼, 지역사회에서 소통과 협의를 통해 결정할 수준의 선은 이미 넘어가지 않았느냐는 의견도 있어, 시교육청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아직까지는 정확한 부결 사유가 나오진 않았으나 이것이 ‘주민 수용성’의 문제였다면, 시선에 따라서는 교육부가 가진 키를 시교육청에 다시 넘겼다고 볼 수도 있다. 

4월 중투심에서 다시금 이전을 노려볼지, 아니면 그대로 백지화를 시킬지에 대한 시교육청의 결정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