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국민연금이 2041년 수지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는 기금 전액이 소진될 거란 공식 시산 통계가 나왔다. 

초당적 자세의 국민연금개혁이 필요하지만, 현재 정치권의 분위기만 봐선 희망을 갖기 힘든 분위기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는 27일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 결과를 발표했다. 

5년에 한 번씩 정책 진단 차원에서 발표되는 이번 결과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가 다시금 당겨졌다. 전문위의 이번 시산은 2018년 4차 계산 이후 진행된 것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복지부가 매 5년 시기의 3월 말까지 국민연금 기금에 대한 시산 결과를 발표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4월까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일정이 있어 이를 감안해 고려해 통상적인 발표 시기보다는 2개월 여가 앞당겨졌다.

시산 결과는 국민연금이 현행 제도대로 가게 된다면, 오는 2041년 수지적자 전환,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될 것이란 예측이 도출됐다.

5년 전인 2018년 예측보다 적자 전환시점이 1년, 기금 소진시점은 2년이 각각 앞당겨진 만큰, 국민들로서는 국민연금의 지속성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국민연금이 조만간 개혁을 앞두고 있어 내용에 따라 이 예측은 바뀔 수 있다.

전문위는 이같이 적자 및 고갈 시기가 당겨진 이유로 저출산 및 고령화의 심화를 언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신규 출산인구가 줄게 되면서 보험료 수입이 감소하는 반면, 복지가 필요한 노령인구 증가는 기금의 지출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

전문위는 재정추이 분석 결과 국민연금은 그래도 향후 20여 년간은 지출보다 수입이 많은 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지금부터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경우 경제성장세가 비교적 정체기를 보이고 있는 만큼, 그 뒤로는 지출을 메울 수 있는 호재의 요인이 없다는 평가다.

실제 경제성장 둔화 현상과 관련해 전문위는 실질경제성장률과 실질임금상승률이 4차계산 때보다 낮게 전망돼 단기적으로 보험료 수입이 감소하는 현상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역가입자 비중과 납부예외자 비율이 하락하는 등 제도 변수가 재정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평가도 함께 남겼다.

전문위는 연금 재정안정화를 위해서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고 진단하고 이에 5가지 재정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상세 내용을 보면 추계기간 말(2093년) 기준 적립배율(해당연도 총지출 대비 연초 적립금) 1배, 적립배율 2배, 적립배율 5배, 수지적자 미발생, 일정한 적립배율 유지 등이다.

전문위는 보험료율 조정만으로 이 재정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필요한 보험료율(필요보험료율)은 4차계산에 비해 약 1.66~1.84%포인트 가량 올랐다. 연금개혁이 늦어지면 그만큼 더 재정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복지부는 “국회 일정을 감안해 5차 시산추계가 예정보다 일찍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보다 다양한 시나리오별 민감도 분석 등을 포함한 재정추계의 최종결과가 오는 3월 확정 발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치권도 이 시산결과를 상당히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40% 아래를 밑도는 상황에서 범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연금개혁 문제를 상당히 부담스러워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문제는 외국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다루기가 쉽지 않다. 연금제도 개혁이 지난 1998년과 2007년 두 번밖에 없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국민연금의 ‘이해당사자’가 ‘전 국민’이기에 사회적 합의가 그만큼 쉽지 않은데, 무턱대로 건드렸다가는 당장 내년에 있을 총선에서 정치적 책임을 다 뒤집어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4월까지 가동되는 국회 연금특위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1년 후 총선 시기가 가까워올수록 연금개혁에 탄력을 붙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만큼, 올해 상반기를 사실상의 ‘개혁 적기’로 보고 있다.

결국 이 시기에 정치적으로도 유리한 공세를 취하는 쪽이 내년 총선 승리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여야가 다시금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고, 때문에 제대로 된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 역시 지금으로서는 희망을 갖기 힘든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