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국방부로부터 반환받는 부평 미군부대(캠프마켓)에 조성된 인천음악창작소(이하 인천음창소)가 정작 조성 직후 주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인천음창소 조성을 위한 정부 공모의 선정시점과 시의 마스터플랜 수립 시점이 엇갈린 데다, 해당 지역의 존치여부를 놓고 표명된 정부기관 간 갈등이 주민들에게까지 전이되자 시의 과업으로 캠프마켓에 따라온 애꿎은 음악인들의 ‘뒤통수’가 따가워졌다는 것이다.
2일 인천시와 인천음창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시가 추진중인 캠프마켓 내 인천음창소는 2개 동의 조성계획을 추진 중에 있는데, 스튜디오동이 현재 리모델링 등을 완료한 상태이며, 공연장동은 예산은 확보돼 이달 중 추진이 계획되었으나 관련 민원이 폭증해 현재 추진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시는 2020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 음악인들의 창작·공연활동 지원, 음악 관련 프로그램 운영 등 지역음악인 활동기반 마련 및 자생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 거점형 음악 인프라 사업’이자, 전국 17개소에 분포돼 있는 음창소의 마지막 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후 추가적으로 음창소 조성사업은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마지막 선정이었고, 국·시비 매칭의 형태로 30억 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돼 녹음 및 편집공간과 연습실, 세미나실, 공연장 등 뮤지션들에게 필요한 공간과 시스템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문체부가 이 사업을 선정한 배경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과거(1950~1970년대) 캠프마켓 일대가 미군들의 영향 하에 록과 재즈, 팝 뮤직 등 다양한 음악장르가 유입되었다는 역사를 감안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시는 당초 캠프마켓 내 스튜디오동을 먼저 조성해 시민들에게 우선 개방한다는 전제 하에, 지역 아마추어 및 프로 뮤지션들의 활동에 도움을 주고, 현재 공원화돼 있는 공연장동 부지는 내년 3월까지 완공해 개방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인근 서울시의 경우 한강 노들섬 라이브하우스를 비롯해 홍대 상상마당, 롤링홀 등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 즐비한 것 있는 상황을 비교해 보면, 아직 지역 뮤지션들이 꽤 남아있는 시로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적어도 올해 상반기 즈음까지는 별다른 민원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해당 조성사업이 별다른 문제를 불러올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7월 경 이 일대 아파트 등 주민들을 중심으로 “조병창 건물 등 해당 건축물들은 일제강점기 흔적이다”, 혹은 “다이옥신 등 정화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해당 건축물들은 물론 “캠프마켓의 건물 모두를 전면 철거하라”는 여론이 캠프마켓 내에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됐다.
역사가치 등을 이유로 캠프마켓 내 존치가 필요하다는 시민들은 “그런 여론은 부동산 업자들이 부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더라”는 등의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이 여론은 사실상 ‘정부가 부추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캠프마켓 부지가 당초 반환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 1급 발암물질들에 심하게 오염돼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정화작업이 필요하다”는 국방부의 판단에 따라 일부구역의 정화작업을 완료하면서 지난 2020년 시민들에게 개방됐었다. 일부는 지금도 정화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완전히 개방된 상태는 아니다.
정화작업을 진행한 국방부는 ‘현재 존치하는 조병창 등 건물 등에도 오염이 있다’고 판단, 해당 건물들을 전면철거해야 완전 정화가 된다고 밝혀왔다.
그런데 현장을 둘러본 문화재청 측은 “조병창 관련 건축물과 미 군정기에 대한 역사자료가치가 있는 만큼 시설 다수는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의 공문을 시에 보냈었다. 당시 시는 여러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존치나 철거를 해도 되겠다는 판단을 했었으나,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 6.1 지방선거를 통해 시정부가 바뀌었고, 여기에 문화재청이 지난 9월 인천시·국방부·문화재청의 3자 실무회의에서 조병창 병원 건물 존치 여부에 대한 자세를 바꿔 철거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이 사실을 시민들에게 곧바로 공개했어야 했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여론수렴 등의 작업도 전혀 하지 않고 ‘밀실행정’을 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심지어 같은 달 시의회가 이 문제를 놓고 토론회를 진행했을 때마저 시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더 문제가 됐다.
그러자 시는 오는 6일 철거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전문가 등을 모아 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밀실행정’ 비판을 의식한 시가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중론이다.

당시 국방부와 문화재청은 단순한 ‘이견’을 보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캠프마켓 지역’ 인근에서는 나비효과로 작용했다.
완전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과 역사가치적 차원의 존치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크게 갈등해 왔기 때문. 최근 완전철거를 주장하는 세력에 의해 시민청원 요건이 충족되면서, 인천시는 이에 대한 공식답변까지 해야 했었다.
여기에 아직 캠프마켓 일대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나오지 않은 시점이다 보니, 이런 갈등은 점점 심화되는 형국이다. 하지만 해당 마스터플랜이 나오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 도시계획국 캠프마켓과 관계자는 “향후 국방부로부터 모든 지역을 반환받으면 기본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하는 만큼, 현재까지는 수립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반면 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마스터플랜 기본계획에 음창소를 반드시 포함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천음창소가 최근 몇 년 사이 문화예술과가 추진한 주요 과업의 성과로 평가돼 왔기 때문.
여기에 2020년 선정 이후 일정기간 동안 사업진척을 하지 못했을 경우 어렵게 선정된 음창소 사업을 결국 ‘예산 반납’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도출하면 안 되었던 만큼, 시 문화예술과로서는 일단 어떻게든 추진을 해야 했던 배경도 있었다.
문제는 시 문화예술과의 바람대로 음창소가 존치로 결정되어도, 혹은 인근 아파트 주민들 청원대로 전면철거가 되어도 문제다. 일단 뮤지션들 입장에서 보면 최악의 결과인 ‘전면철거’로 결론이 났을 경우 시 문화예술과의 입장이 가장 곤란해진다.
이미 시비는 물론 국비까지 포함해 수십억 원 규모의 예산이 들어간 상태에서 전면철거가 진행되면 그간 쏟아부은 이 예산은 그야말로 ‘버리는 돈’이 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국비까지 지원된 사업이 그렇게 ‘낭비된 예산’으로 결론이 나면, 최악의 경우 추후 정부 교부세 지원에 ‘패널티’가 붙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도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만약 철거가 된다면 음창소의 이전 계획을 잡기도 사실 힘들다”며 당위성이 크게 손실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존치가 되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뮤지션들의 활동 자체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꾸준히 건물 존치를 반대해온 주민들이 작게는 눈치를 주는 것부터, 심하게는 민원이나 물리적 행위 등을 동반해 지속적인 괴롭힘을 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이런 ‘눈치’는 인천음창소를 운영 중인 주체들이 체감하고 있는 형국이다. 음창소의 건물은 다이옥신 등에 오염된 건물도 아니어서 현재 시의 음악관련 예술사업들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지만, ‘전면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 일부가 음창소의 존재마저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
음창소 운영주체인 ‘인천음악콘텐츠협회’ 측 관계자는 “우리 음악인들이 캠프마켓에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인근 주민들에게 안 봐도 될 눈치를 보고 다니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때문에 서운한 마음이 상당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우리 같은 음악인들이야, 어디가 됐든 음악관련 대시민 사업 등을 하면 되는 거였으니까 장소를 크게 의식하고 온 게 아니었다”며 “전후사정이 다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음악인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주민들 눈치까지 다 봐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인천음악콘텐츠협회 측은 “문체부의 음창소 선정을 전후로 시 관계자들이 당시 지역 뮤지션이나 음악 기획자 등에게 비공식적으로 여러 자문, 제안들을 받은 적은 있었다”면서 “당시 캠프마켓에 음창소를 조성하자는 아이디어가 누구에 의해 언제 나왔는지 등은 우리도 잘은 모른다”고 전했다.



배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