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인천시의회가 견제기능을 하지 못한 채 특정 의원이 관계됐다고 의심받는 단체에 대한 지원조례를 통과시키는 등 소위 ‘막 나가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16일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정해권 의원(연수1, 국)이 대표 발의한 ‘인천광역시 해병전우회 지원에 관한 조례’와 ‘인천광역시 시민원로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원안가결했다.
정 의원은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승전으로 이끈 인천해병대의 애국정신을 기리고 봉사활동을 통해 시민사회에 기여하도록 근거마련을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원 내용을 보면 봉사활동(해병전우회의 경우 재난복구 및 구호활동 등이 주요 내용임) 외에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 등에 대한 예산지원의 근거내용 등 봉사활동과 다른 부분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조례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비슷한 내용으로 봉사활동에 임하는 타 단체들과 비교해 ‘특혜’ 논란 등이 공론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행 인천시 조례는 비영리단체가 공익성 바탕의 봉사활동을 하게 됐을 때 시가 지원을 할 수는 있으나, 해병전우회 조례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가 매년 1~2월 경 비영리 민간단체들에 대한 지원 공모(비영리민간단체 공익지원사업)를 하고 있고 제출된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뒤 지원금 지급 등에 대한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해병전우회도 이 지원사업에 계획서를 내고 참여하면 되기 때문.
전상배 시의회 행안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를 통해 “특정 단체의 봉사활동 등에 조례를 제정하게 되면 유사한 활동을 하는 타 단체와의 형평성 및 특혜 시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홍준호 인천시 행정국장도 “전문위원의 검토 의견에 이견이 없다”고 밝히며 이 우려에 공감했지만, 정작 행안위 소속 시의원들은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정 의원과 같은 당적의 신영희 의원(옹진, 국)이 “대표 발의자인 정 의원이 해병전우회 소속이었는데 문제가 없겠냐”는 질문은 했으나 사실상 ‘형식’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정 의원은 “시의원 당선 전 해병전우회 연수구지회장 등을 한 적이 있었으나 현재 사퇴했다”고 답했다. 이어 “(본인이 해당 조례를 대표발의하는 것에 대해) 의원 직위를 남용해 사적 이익이나 업무편의 등을 제공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역사회 차원의 생각은 정 의원이나 시의회 등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 얼마든지 이를 특혜로 볼 수 있고 시비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단체에 대한 별도의 지원조례가 제정되면, 이전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에 지원서류를 내야 했던 단체가 다른 단체와 다르게 그런 절차 없이 사업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즉, ‘지원 여부 결정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지원 받는다’로 봐도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특혜 수준이다.
현재 전국에 분포돼 있는 해병전우회는 각 지자체로 하여금 지원조례 근거 마련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형평성 및 특혜시비 논란 때문에, 광주와 창원 등의 시의회에서는 같은 내용의 조례를 결국 부결 처리한 바 있다.
대표 발의자인 정 의원이 조례심사에서 “지금은 (해병전우회와)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그런 해명이 시민 정서와 부합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정 의원 스스로가 해병대 504기 전역자 출신이며 해병전우회 연수구지회장 등의 경력이 있기 때문에, ‘관계가 없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상 ‘억지에 가깝다’고 평가받을 공산이 크다.
이미 타 언론에서도 이 지원 조례안이 입법예고됐을 당시 정 의원의 해병대 및 전우회 출신을 들어 “내부자에 의한 지원조례 제정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로 언급한 바가 있다. 인천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형평성 및 이해관계 등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들을 일찍부터 밝혀왔다.
자문기구들을 ‘옥상옥’ 수준으로 배치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찍부터 제기된 ‘시민원로회의’의 부활 조례 역시 시의회에서 아무런 견제 없이 원안 통과됐다.
이번에 심사받은 시민원로회의의 내용은 의장과 부의장을 1명씩 두고 전체 50명 내외의 지역 원로들을 위원으로 구성하는 것이 골자다. 시민원로회의는 지난 민선5기 당시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처음 추진해 민선6기 유정복 시장까지 이어져 왔다.
주요 시정과 현안 등에 대해 지역원로의 자문을 구한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나 이 원로회의가 지역사회 차원에서 명확한 성과 등을 보이지 못했다는, ‘불요불급’이라는 평가가 잇따르자 박남춘 전 시정부에서는 효력 만료 시점을 그대로 넘기며 구성하지 않았다.
민선8기에 유정복 시장이 다시 취임하며 이를 부활시키겠다는 명분인데, 이 역시 지역사회의 전적인 동의를 얻을 가능성은 시 내부와 시의회 내부를 제외하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정책자문을 위한 시정혁신위원단이 구성돼 있고, 이 위원단에 원로들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지역원로들 중에는 다른 위원회나 자문단체 등에 소속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전제하면 이번에도 ‘불요불급’의 의견은 다수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시민원로회의의 필요성에 대한 여러 비판 의견들이 나옴에도, 시의회 내부에서 별다른 비판의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김대영 의원(비례, 민)이 “민선8기 들어 여러 자문기구들이 조정되는 것으로 아는데, 이 역시 자문의 내용이 핵심인 기구라면 모순이 있지 않겠느나”는 등의 질문을 하긴 했지만, 이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김 의원은 “각계각층의 훌륭한 원로들이 있는 만큼 시의회에서도 위원 추천이 있을 수 있으니 편중 없이 위원들이 구성되었으면 하는 제안을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반대는 안 하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
홍준호 인천시 행정국장은 “현재 우리 시의 핵심가치가 소통”이라며 “경험, 혜안이 담긴 원로들의 이야기들을 청취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과 혹은 부결의 결과에 상관없이, 지역 차원에서 이미 문제 제기가 된 신규 지원조례들에 대해, 시의회 내부에서 비판의 시각이 거의 없었다는 것 또한 문제다. ‘견제’와 ‘감시’를 전제하는 시의회에서 견제와 감시를 전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