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 르네상스 조감도. ⓒ인천시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유정복 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 추진에 대한 밑그림을 공개했다. 

다만 시가 공개한 사업의 추진 방향에는 우려가 될 만한 부분도 있어, 이를 예의 주시해온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 차원에서 어떻게 논평을 할 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13일 뉴 글로벌시티 인천(기존 뉴 홍콩시티)과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의 추진 방향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시의 이번 밑그림은 이날 한상을 시 초일류도시기획관이 시청 기자실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곧바로 보도자료로 각 언론사에 배포하기도 했다.

시가 밝힌 추진방향을 간략히 언급하자면 5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는 초스마트시티를 기반으로 삶의 질 향상을 지향하는 인간 중심의 행복도시를 의미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뉴 글로벌시티 인천’은 기존의 ‘뉴 홍콩시티’를 확장한 미래발전 프로젝트로 탈(脫) 홍콩 경제자본 유치를 넘어 인천의 잠재력을 극대화해 글로벌 중심도시로 나아가자는 내용이다.

강화 남단과 내항, 송도·청라·영종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외자유치 전략을 구사하면서 단계별로 지역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시는 이를 위해 ‘뉴 글로벌시티 자문단’(금융·다국적기업, 창업·신산업, 항공·물류, 문화·관광, 도시밸류 5개 분야)과 내·외부 TF(태스크포스)를 구성·운영하고 내년에 ‘마스터 플랜 수립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은 인천 내항 및 주변 원도심을 문화·관광·산업이 융합된 새로운 도시로 재탄생시킨다는 명목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내항 일대를 신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미래성장산업 유치와 해양관광 공간 조성에 나섬으로써 원도심 균형발전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8월 인천연구원이 제물포 르네상스 연구단을 꾸려 운영해 오고 있는데, 조만간 별도의 자문단과 유관기관 정책협력 협의체를 구성·운영하고 내년에 마스터 플랜 수립 용역을 발주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발표된 유 시장의 해외순방도 이러한 계획과 관련이 있다. 유 시장은 15~22일 싱가포르와 호주를 방문, 대표적인 도시재생 성공사례(싱가포르 클락키, 시드니 바랑가루, 브리즈먼 사우스뱅크)를 살펴볼 계획을 갖고 있다.

현지에 한국 기업인들과도 만나 시장 상황 등을 청취하고 싱가포르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무역관이 있는 만큼 이곳 역시 방문해 협력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 계획이 유 시장의 복안대로 다 진행될 수 있을지는 다분히 ‘안갯속’이다. 특히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은 꽤나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의 밑그림대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면, 강화 남단(19.2㎢) 및 내항(4.6㎢) 등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추가 지정해야 하고 내항 일원 토지(182만㎡)의 소유권 확보와 사업계획의 전면 재수립 등 만만찮은 과제들을 쌓아놓아야 한다.

특히 경제자유구역의 추가 지정은 큰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경제자유구역 규제와 지정 자격을 일부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추가로 지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정작 지역 차원의 반발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

이미 내항 재개발 관련해서는 내항 원도심 활성화와 해양 관광 및 문화 역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해양수산부의 마스터플랜이 있는 상태인데, 유 시장이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키로 방향을 정하게 되면 이 계획은 전면 재수립이 불가피하다.

시는 내항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면 원도심의 발전에 적잖이 공헌할 수 있을 거라는 청사진을 그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의 개념을 인지하고 있는 주민들과 전문가들 상당수는 시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데에 입을 모으고 있는 분위기다.

경제자유구역이 외자유치 등을 목표로 지정되고 있으며 실제 시의 밑그림도 비슷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원도심 재생’과는 정 반대의 개념이라는 지적이 가능하기 때문.

특히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돼 원도심과 이분화되었을 경우 유 시장 스스로가 ‘균형발전’의 명목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종의 ‘인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항을 비롯한 주변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여론화되는 형국이다.

실제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및 ‘내항살리기시민연합’ 등 해당지역과 관계된 시민단체는 물론, 지역 정가 및 해양관련 전문가들조차 “원도심 재생의 목적이 있다면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방향은 잘못됐다”고 지적해 왔다.

만약 시의 이 밑그림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문제다. 현재 시 관내에 있는 3곳의 경제자유구역은 규제 완화와 경제개방을 전제로 외자유치를 이끌어낸다는 ‘경제영역의 특별구역’이지만, 이후 십수년이 흐르며 수익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등의 명분이 이어지며 현재는 개발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일부 업무지구와 정보단지 등이 있다고는 하나, 3구역 모두 결국 대규모 주거지역으로의 개발이 중심이 되고 만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인천 관내 3곳의 방향처럼 내항 역시 같은 방향으로 개발되면, 원도심 인구의 이탈 현상은 보다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항지역을 중심으로 “원도심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도심을 확실히 죽이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여론이 많은 이유다.

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공성과 수익성을 조화롭게 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 밝혔다. 만약 이를 ‘얼마의 비중이 되든 수익성은 어떻게든 전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지역사회가 밝힌 ‘우려’는 충분한 이유와 배경이 있는 셈이다.

이날 시의 발표가 유 시장 임기 내에 가시화되지 않은 채 결국 변죽만 울리는 결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시가 제시한 추진방향의 밑그림을 간단히 정리하면, 현재까지는 사실상 자문단 구성 및 용역 발주 정도다.

게다가 시 관계자는 “내년에 발주하겠다는 마스터 플랜 수립 용역의 결과에 따라 이 밑그림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시선에 따라서는 추진 속도는 물론 실행 여부마저 안갯속에 가깝다는 지적까지 할 수 있는 상태인 셈이다.

제물포 르네상스의 역점사항 중 하나인 상상플랫폼 사업 역시 우려의 지점 중 하나다. 실제 이 사업은 지난 3월 중순 경 시행사 문제로 리모델링 공사가 멈춘 이후 벌써 반 년째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실제로 최근에도 복수의 지역언론들이 이를 지적한 바가 있고, 이와 관련해 최근 시정질문에서도 “해결 방안이 없어보인다”는 비판과 질의가 나왔지만, 당시 유 시장은 “시행사의 자구책 및 협의 등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 이상을 하진 않았었다.

실제 시 내부에서도 이를 마음에 둔 듯한 정황이 보이고 있다. 이날 시가 발표한 보도자료 및 참고자료에는, 제물포 르네상스와 관련한 부분에 ‘상상플랫폼’이라는 사업명 자체가 들어가 있지 않았다. 여론 등을 감안해 상상플랫폼 사업에 대한 진척사항이 지지부진한 점을 다분히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부분.

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업이 제물포 르네상스의 역점사업 중 하나임에도 자료 상에서 사업명을 언급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냐”는 질문에, “상상플랫폼 사업은 내항 재개발에 포함되고 있는 것으로, 현재 내부 부서에서 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만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