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에서 200여개국의 기독교인 수천 명이 모이는 종교관련 대회에서 성소수자 등에 대한 반대 메시지가 선언되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 논란이 되는 점이라면 이렇게 차별을 조장하는 대회에 정부가 수십 억 규모의 보조금까지 쥐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또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 송도주민 등에 따르면 22일부터 송도컨벤시아에서 세계 기독교행사인 ‘로잔 대회’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이어 인천에서 4차대회가 열리고 있다.
대회는 28일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잔 대회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두터웠던 목회자인 고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을 중심으로 지난 1974년 처음 열린 종교대회다.
역사는 오래됐지만 1974년 첫 대회 이후 1989년 필리핀 마닐라, 그리고 2010년 남아공까지 다소 ‘간헐적’으로 열리는 감이 있는데 어쨌든 개신교 영역에서는 세계 최대의 기독교 선교행사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인천 로잔 대회는 약 200여 국가의 목회자 및 선교사와 정·재계·문화계 인사들을 비롯해 총 5천여 명의 기독교도 등이 참석하고 운영인원만 1,500명이 넘을 정도로 올해 인천에서 열린 행사 중에서도 상당히 큰 규모다.
그런데 이번 인천 대회에서는 그간 로잔 대회의 취지와 달리 동성애 등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목소리를 내온 인사들이 대회를 주도하며 동성애 반대 등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사회 일각에서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번 4차 로잔대회 준비위원회 측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했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번 로잔대회 문서인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 채택문이 복음, 성경, 교회, 인간됨, 제자훈련, 세계이슈, 과학기술을 다룬 7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세부내용 중 ‘인간이 되는 것에 대한 의미’ 부분에서 동성애에 대한 사실상의 반대 입장을 담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로잔대회 공동대회장인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특히 복음주의적 입장에서 동성애 및 동성결혼 합법화, 소셜 젠더(스스로 성 정체성을 선택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대회 준비위가 채택한 선언문을 통해 성 소수자에 대한 반대와 차별을 ‘종교’의 이름으로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1974년 로잔 대회의 취지를 명백히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이 ‘종교적’으로도 가능해지기 때문.
1차 로잔대회의 중심 인물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생전 성소수자 등을 배격하거나 차별하려고 하지 않았던 모습을 평생 유지한 인물로, 비록 신학관 자체가 보수적이긴 했지만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아온 종교 지도자였다.
또 그가 주도한 1차 대회의 채택 선언문(로잔 언약)은 ‘로잔 언약은 ‘인종, 종교, 피부색, 문화, 계급, 성 또는 연령의 구별 없이 모든 사람이 천부적 존엄성을 지닌다’고 명시함으로써 이같은 차별과 배격을 지양해야 한다는 뜻을 담아내 지금도 20세기 최고의 종교문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시작부터 분명한 메시지를 담아왔던 로잔 대회의 본질을 한국 개최를 목전에 두고 사실상 한국 내 보수 성향의 기독교지도자들이 변질시킨 것으로 볼 수 있기에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
실제 교계 내 일부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는 이 목사가 그간 국회에서 1인시위 등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을 금지하는 법안(차별금지법)을 반대해온 인물이기도 해 로잔 대회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 혹은 지적 등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세대 목회자들 가운데서도 로잔 대회의 이러한 메시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일부 읽힌다.
성서한국이사장인 구교형 목사는 최근 ‘국민일보’에 기고한 로잔 대회 관련 글에서 “21세기를 지나며 한국에서 기독교는 ‘개독교’라는 비난을 받으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면서 “교회가 동성애, 타종교, 공산주의, 낙태 문제 등에 대해 깊은 성찰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반대에만 치중하는 모습이 과연 21세기 선교에 적합할지 의문이 크다”는 의견을 적기도 했다.
문제는 또 있다. 로잔 대회는 특정 종교를 위해 민간의 영역에서 열리는 대회임에도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는 로잔 대회에 대한 국고지원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이 또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문체부 예산자료에는 로잔대회 국고 지원금은 ‘종교문화활동 지원’의 명목으로 편성돼 총 30억 원의 지원 내용이 적시돼 있다.
또 올해 1월 온누리교회 내에서 열린 것으로 알려진 정기총회에서 보고된 바도 문체부에서 보조금을 받았다는 내용(액수는 명시돼 있지 않음)이 있음을 감안하면 특정 종교의 민간행사에 보조금이 지원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논란이 불가피하다.
해당 국고보조금 지원은 타 종교는 물론 국민적인 공감대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국민 혈세를 특정 종교를 위해 지출한 것이 되기 때문인데 인천의 지역사회 등은 대회를 인천에서 진행하는 것도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연수구 송도동 주민 류모씨(32)는 “기독교계의 부적절한 사회적 자세로 인해 한국 내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기독교의 이미지가 얼마나 ‘개판’인지는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라며 “거주지 인근에서 차별을 조장하는 듯한 행사를 한다는 것 자체도 반감이 짙은데 저런 행사에 세금지원까지 됐다는 사실엔 더욱 치가 떨린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배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