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영종하늘문화센터 광장에서 열렸던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비전선포식’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이 사업 내용 전반을 시민들에게 알리던 모습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자신 스스로 핵심 공약임을 밝혔던 ‘뉴홍콩시티’ 사업을 사실상 포기함에 따라 시민단체들이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17일 보도자료를 내 “황효진 시 정무부시장(글로벌도시정무부시장)이 자신의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뉴홍콩시티 사업을 변경한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유 시장의 1호 공약인 뉴홍콩시티 사업의 폐기 선언”이라고 논평했다.

15일 황 부시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음달 7일 열리는 투자유치설명회 이후에는 ‘뉴홍콩시티’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글로벌톱텐시티’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부분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사업의 변경 배경에 황 부시장이 “뉴홍콩시티 사업은 당초 홍콩의 국제금융기관들을 유치하자는 취지였으나 이는 사업 초기부터 추진이 어려웠다”고 직접 밝힌 만큼 유 시장의 공약을 폐기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한 상태다.

평복연은 당시 황 부시장의 발표가 유 시장의 뜻과도 같다면 유 시장은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인천시민들에게 사과하라는 입장이다. 유 시장은 2022년 자신이 당선된 지방선거 당시 ‘세계 명품도시의 서막 뉴홍콩시티’라는 대표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취임 후 ‘글로벌도시국’을 만들어 ‘뉴홍콩시티 프로젝트’와 관련된 전담 인력만 12명 이상을 뒀다. 황 부시장의 발표로 더욱 민감해진 부분은 관련 예산 내용으로 지난해 25억 원, 올해 11억 7천만 원을 편성했었다.

이 중 뉴홍콩시티 관련 홍보 및 행사성 예산만 지난해 2억 4천만 원(홍보추진 5천만 원, 민관추진협의체발대식 5천만 원, 뉴홍콩시티 조성 초청행사 1억 4천만 원 등), 2024년 1억 원(홍보추진 3천만 원, 대시민발표회 3천만 원, 민관추진협의체 4천만 원 등)으로 2년 동안 3억 4천만 원을 물 쓰듯 뿌렸었다.

또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마스터플랜 수립용역 예산으로 지난해 15억 원이 편성되기도 했는데 사실상 이 용역의 결과가 ‘뉴홍콩시티의 폐기’라고 볼 수도 있는 만큼 시선에 따라서는 유 시장이 ‘날림성 공약’을 제시해 시 행정력과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논란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평복연은 “실로 황당할 따름”이라며 “이미 여러 언론에서 유 시장의 뉴홍콩시티 공약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며 비판했는데 그럴수록 인천시는 뉴홍콩시티를 더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시민들을 속여온 온 게 아니냐”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자신의 1호 대표 공약이라고 밝힌 게 이 정도 수준인데 ‘제물포 르네상스’ 등 다른 공약은 어떻겠느냐”며 “타 공약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도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평복연은 뉴홍콩시티 폐기는 황 부시장의 여론 간보기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유 시장이 직접 나서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해명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만약 유 시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제물포 르네상스 등 다른 공약과 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마저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인천시는 이에 대한 즉각 설명자료를 내고 뉴홍콩시티 사업이 당초부터 인천을 ‘글로벌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이 프로젝트가 글로벌 정세의 변화 등을 반영해 국제금융은 물론 글로벌 기업과 신산업 유치 등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었다는 것으로 지난 3월 비전선포식을 가지면서 3대 목표와 12대 전략을 발표했으며 뉴홍콩시티 마스터플랜 용역을 통해 5개 권역 19개 핵심과제를 발굴했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평복연이 제기한 ‘잘못 인정 및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인 셈인데 시의 해명에는 여러 모순점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일단 다른 점들을 다 떠나서 인천시 고위직 인사가 나서 “뉴홍콩시티 사업은 당초 홍콩의 국제금융기관들을 유치하자는 취지였으나 초기부터 추진이 어려웠다”고 밝힌 만큼 “당초부터 글로벌 도시 사업이었다”는 시의 설명은 명백히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 수준으로 볼 수 있기 때문.

또 인천시 자신들의 해명대로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는 사항이라면 사실상 사업의 방향성을 담은 사업 명칭 자체를 바꿀 필요도 없었을 텐데 이미 ‘뉴홍콩시티’라는 이름으로 홍보비만 수억 원을 쓴 상태에서 굳이 사업명칭까지 바꿨다는 것은 사업 내용 전반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과 비판도 얼마든 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시민단체의 지적과 사과 요구에 거절 의사를 밝힌 인천시의 명분이 고작 ‘변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진영으로부터는 ‘구차하다’는 등의 추가적 비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인천시는 오는 5월 용역결과 등을 포함한 투자유치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해당 설명회에서 지역사회와 언론 등이 지적했던 비판의 내용을 어떻게 해명할지, 아니면 애써 무시할지, 이후 시가 보일 태도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