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인천을 비롯한 전국에서 이에 대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인천은 당시 참사로 희생된 일반인 희생자를 중심으로 추모하는 자리를 가졌다.
인천이 경기도 안산 등과 함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직접관련지역’이기도 한 만큼 시민들도 이날은 세월호 참사가 준 국민적 아픔을 모두 기억하며 그때의 국민적 상처를 잊지 말고 또 치유하자는 다짐을 보였다.
16일 부평구 소재 인천가족공원에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당시 참사로 목숨을 잃었던 일반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에는 유가족뿐만 아니라 유정복 인천시장 등 시 공무원들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추모에 함께 했다.
현재 인천가족공원의 추모관에는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변을 당한 희생자들 중 단원고 학생 및 교사가 아닌 일반인들의 봉안함이 안치돼 있는데 당시 참사 관련 희생자 45명 중 44명의 봉안함이 안치돼 있다.
일반인들 중엔 참사 당시 학생들을 끝까지 구조하려는 의로운 행동을 보이다 결국 안타깝게 숨진 승무원 박지영씨의 봉안함을 비롯해 환갑 기념 여행으로 세월호에 탑승했다 변을 당한 인천 용유초등학교 동창생 12명 등이 있었고 탑승자가 아닌 구조와 수색작업을 하다 숨진 민간 잠수사 2명의 봉안함도 포함돼 있다.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협의회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어김없이 4월 16일은 돌아오는데 이 날과 이 계절은 우리 가족들에게는 몸이 먼저 기억하고 심장이 아파져 오는 계절”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희생자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10년여 동안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고 생각했지만 이후로도 안타까운 일이 끊임없이 발생해 마음이 더 아프다”며 “모두가 안전하게 일상을 누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더 힘을 써달라”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은 “우리는 (이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가장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들께서도) 오늘 하루만이라도 304명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이날 유가족들은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놓인 위패에 차례로 헌화했고 노란 리본이 달린 국화를 놓아두는 어린이들의 모습도 있었다.
추모식에 참석한 이상민 장관은 “재난 위험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첨단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을 약속드린다”며 “슬픔과 고통 속에서 살고 있을 유가족과 생존자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전국 여러 곳에서 추모식 참석 혹은 노란 리본 패용 등으로 추모의 의미를 표시한 시민들은 4월 16일이 비통한 희생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억해야 하는 날이라는 메시지에 온·오프라인을 통해 공감을 드러냈다.
또 시민들 중 일부는 ‘사람을 잃은 마음의 상처는 사람을 보며 치유를 하자’는 논리 하에 참사를 일으켰던 인천과 제주 항로를 정상적으로 오가는 모습이 다시금 보여야 그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염원과 달리 인천~제주 항로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세월호 참사가 워낙 국민적 상처가 깊었던 탓에 장기간 해당 항로에 선뜻 나서겠다는 선사가 좀처럼 없는 현실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
물론 2021년 12월 선사 ‘하이덱스 스토리지’가 2만 7천t급 카페리 여객선 ‘비욘드 트러스트호’를 이 항로에 띄우는 모습을 보이며 그간의 상처가 모처럼 치유되나 했지만 엔진부를 비롯한 여러 결정적인 고장으로 장기간 운항차질을 반복한 끝에 선사가 지난해 11월 지방의 타 선사에 선박을 매각하고 올해 초 면허를 반납하고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세월호의 투입 과정처럼 중고선박을 개수한 것에 아니라 완전히 신규 선박을 건조한 것이어서 지역사회의 기대감도 컸지만 선사도 예상을 하지 못했던 여러 결함들이 반복된 끝에 결국 정상적인 운항을 하지도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인천해수청도 이 선사의 철수 이후 후속 사업자를 찾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아직 공모일정 및 방식 등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참사 이후 이를 의식해 안전기준이 엄격하다보니 운항 의사를 밝히는 선사가 없다는 설명이다.
‘비욘드 트러스트호’의 투입이 예정돼 있던 2021년 인천~제주 연안여객터미널은 인천해수청이 33억 원의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까지 했지만 이 배가 결국 잦은 고장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난 이후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해운업계는 인천~제주 항로가 국내에서 최장거리 항로에 해당되는 데다 국민적 참사가 일어난 만큼 안전문제에 대한 전국구적 관심이 집중된 상황을 못내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역사회 전반으로는 잊어서는 안될 정도의 대참사가 일어난 항로인 만큼 안전기준을 핑계로 배가 당분간 다니지 못하더라도 안전기준을 절대 낮춰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 역시 “너무 큰 참사가 일어난 항로가 아닌가, 철저한 안전관리체계를 만드는 방안이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일단 이러한 의견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배가 못 다니면 못 다녔지, 섣불리 안전기준을 낮춰 선사 유입을 유도할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단원고 학생 희생자 중 한 명과 안면이 있었다고 밝힌 한 인천시민 역시 “배가 다시 다닌다고 해도 그것이 안전기준이 낮춰졌다거나 하는 결과라면 인천과 안산시민들은 물론 국민들이 그로인해 또 한 번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