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인천본부와 노동계 인사들이 21일 서구청 앞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의 조치를 외면하고 있는 서구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인천본부)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서구가 관할 구역에서 계속된 중대재해 사고에 대해 노골적으로 외면의 자세를 보여 오면서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오는 분위기다. 

21일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인천지역 10개 군·구에서는 41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있었는데 이중 35% 가량에 해당되는 14건이 서구지역 내에서 일어났고 중구와 연수구 각각 8건, 남동구에서 6건 등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 인천지역에서 6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며 이중 절반인 3건이 서구에서 발생했고 서구청이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서구지역에서 민·관 영역을 아우르며 중대재해 사망사고들이 연일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구청의 발주공사에서 일어난 사망사고는 7일 오전 11시 40분 경 서구문화회관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던 현장에서 무대기계 상부 철거 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23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해당 노동자는 이 사고로 머리 등을 크게 다치면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고 노동당국은 현장에 작업 중지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민주노총 인천본부 인천중대재해대응사업단은 당시 사망한 노동자의 작업 장소에 추락 방호망이 설치되지 않았으며 감독자 또한 재해 사망자에게 추락방지 안전대 착용 등을 하도록 지휘·감독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후 서구청의 태도였다. 사업단 등이 사고의 정확한 경위와 서구의 발주처로서의 책임소재 등을 위해 질의서를 제출하고 청장 면담 등을 요청했으나 강범석 서구청장과 서구는 답변과 면담 모두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의 발주공사에서 사망사고까지 나온 상황에서 노동계가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이었지만 서구는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은 셈이어서 이 같은 논란은 당연했다.

현재 서구에서는 관내 공사현장 등에서 끊임없이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에는 오류동 내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비계 조립을 하던 노동자가 13m 아래 지상으로 떨어지는 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또 이보다 한달여 전이었던 11월 30일에는 역시 오류동 내의 한 골재 생산 공장에서 유압호스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작업 중 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으면서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결국 사고 발생 1개월 뒤 사망하고 말았다.

자신들이 발주한 공사현장에 대한 사망사고조차 무책임한 듯한 행정 행보를 보이는 서구청의 태도를 감안하면 인천지역 10개 군·구에서 가장 많은 중대재해 사망사고들이 나오는 상황이 어쩌면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날 인천민주노총과 사업단은 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기들이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 2주가 넘었는데 서구는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도 없었던 데다 노동계가 요구한 질의답변 및 면담 요청은 다른 핑계를 대며 응하지 않는 무책임의 결정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구는 이들 노동계의 요청에 “조사 중인 사안이기에 결과가 나온 뒤 답변이 가능하다”는 지극히 형식적인 답변만을 보내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노동계는 “서구는 중대재해 책임자는 어디에도 없고 오로지 기관장만 보호하겠다는 심산”이라며 “강범석 구청장 스스로가 회피하는 자세를 보이지 말고 ‘발주자’로서의 책임을 보이고 (책임과 보상 등을) 성실하게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인천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의 대다수가 서구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서구청과 구청장의 무책임과 무관심, 요식행정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 “강 구청장은 도급 시 산재예방 능력을 갖춘 적격 수급인을 선정하는 등에 대에 노력하라”고 질타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강 구청장과 서구에 ▲발주자 책임 성실 이행 ▲적격수급인 선정의무 실천 ▲지역 노동안전보건정책 실질화 ▲건설공사 발주자 책임 강화 등의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고용노동부 등 관련 수사기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식의 ‘지극히 원론적입 입장’만을 밝힌 상태다.

소위 ‘유체이탈 화법’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이 같은 형식적 입장 표명을 서구가 고수하는 만큼, 논란은 당분간 진화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