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끊어진 국민의힘 측 선거홍보 현수막(사진 왼쪽)이 철거되면서 연수구청 직원이 민주당 측 선거홍보 현수막의 줄을 잘라 위험하게 펄럭이던 모습 (사진 출처=박찬대 국회의원 페이스북)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강풍으로 여당 후보의 선거 홍보 현수막이 끊어지자 연수구청 공무원이 야당 후보의 선거 홍보 현수막을 훼손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구청 공무원이 ‘실수’라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실수라고 하기엔 앞뒤가 맞지 않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야당은 선거 중립 훼손의 고의를 의심하고 있는 상태다.

20일 박찬대 의원(연수갑) 선거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날인 19일 인천 연수구 먼우금로 사거리에 걸려 있던 더불어민주당의 선거홍보 현수막 일부를 연수구청 직원이 끊어 훼손한 뒤 수 시간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19일에는 인천 전역에 찬 기운이 넘치는 강풍이 불었고 연수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 강풍에 국민의힘 측에서 내건 선거홍보 현수막이 끊어졌고 이를 목격한 구청 직원이 안전상 문제로 이를 철거했다.

그런데 이 먼우금로 사거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걸어둔 선거홍보 현수막도 걸려 있었는데 구청 직원이 국힘 현수막을 제거하면서 게첩돼 있던 민주당의 현수막 일부를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훼손된 채로 방치돼 있던 상황을 박 의원 측 관계자가 목격했고 가위나 칼 등으로 싹둑 잘라 고의로 훼손된 정황을 확인해 동춘지구대로 유선신고를 하자 연수구청에서 직원이 실수로 훼손했다고 털어놨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작업을 담당하던 연수구 도시계획과 직원 A씨가 “(끊어진) 국민의힘 거(현수막) 끊고 다른 사람들이 건드린 게 아니라 제가 건드렸으니까 제가 끊은 게 맞는 것 같다며 잘못을 시인해 오더라는 것.

그러나 A씨는 “그때(자신이 훼손을 한 뒤 현장을 떠나기까지의 시간)는 야당현수막의 끈이 풀려있진 않았었다”며 고의방치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는 것이 박 의원 측 설명이다. 그러나 A씨의 실수라고 하기에는 맞지 않는 정황들이 일부 보인다. 

본인의 실수로 끊어졌다면 상당히 무게가 나가는 현수막(통상적으로 정당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이즈의 현수막은 현수막 천 자체와 지탱 각목을 포함하면 무게가 상당하다) 인 이상 매다는 줄을 끊어낸 훼손 정황은 즉시 드러났을 확률이 높다는 것.

현수막 제작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한 시민은 “박 의원 측 SNS에 끊은 줄 사진을 봤는데 어제처럼 강풍이 부는 상황에서 저렇게 싹둑 끊었다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천과 각목, 끈들이 끊어내는 즉시 마구 날려댔을 것”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공무원으로서 적절한 자세라면 본인의 실수를 메우기 위해 다시 매달거나 하는 등 조치를 해야 했다”며 “공무원 신분이라는 사람이 끈을 자르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이 아니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강풍에 끊어진 국민의힘 현수막을 ‘안전문제로 철거했다’는 설명이라면 본인의 실수로 즉시 훼손된 현수막도 안전문제가 발생한 것인데 같은 안전문제에 대해 어떤 건 조치하고 어떤 건 방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부연했다.

실제로 A씨가 훼손하면서 펄럭이는 현수막 아래를 지나던 한 행인은 “잘못하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위협을 느꼈는데 구청 공무원이 저렇게 했다는 얘길 듣고 ‘저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역시 부적절했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다.

박 의원 측 역시 여러 가지로 의심을 눈초리를 보내는 형국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백 번 양보해서 실수를 할 수 있다 쳐도 끈이 풀린 민주당 현수막에 의해 누군가가 다쳤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거냐”며 “악의적으로 훼손한 것이라면 당연히 문제가 더 큰 것이고 실수로 훼손했다 해도 구민 안전을 방기했다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연수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박 의원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현 연수구청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점과 고의 훼손 정황이 뚜렷한 점 등을 들면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식의 의혹을 제기하고 일부는 “CCTV 등도 (원본 그대로) 확인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들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박 의원 측은 여러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는 있지만 A씨가 자신의 소행을 시인한 점 등을 김안해 경찰 등에 신고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수막 등의 ‘허가된 선거홍보물’들을 훼손하는 정황과 이로인해 고발 등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수구 내에서도 이런 사건들이 일어난 점에 유감을 표하고 “연수구가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압박했다.

한편 20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연수구 내에서는 직원 A씨의 ‘실수’라는 해명 외에는 그 어떤 공식입장이나 방지대책 등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