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의당 등 진보계열 야4당과 시민단체들이 인천시청사에 모여 국민의힘, 민주당 등 거대양당에 대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확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의당 인천시당)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내년 총선을 100일 여 앞두고 정의당 등 진보진영에서 비례대표제 개편과 관련해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거대 양당(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고 연동형 비례제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강해지는 분위기다. 

실제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제를 ‘병립형’으로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병립형이 강조되는 분위기가 읽히자 진보진영에서 일종의 ‘견제’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진보당 등 진보계열 야4당과 민주노총 인천본부, 인천지역연대 등은 20일 인천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회귀는 대한민국의 선거제도를 과거로 퇴행시키는 것”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립형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여 다양성을 보장하는 다당제 정치로 나아가는 것을 막고 정쟁만 일삼는 양당제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이라며 “결국 시민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고 국회를 밀실정치, 기득권 정치가 난무한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21대 총선서부터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해 왔다.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은 경우 모자란 의석수의 50%는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제도로 정의당 등 원내 교섭단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군소정당에게는 유리한 부분이 있다.

실제 준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한 취지도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도와 다당제를 실현하자는 취지였으나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구성해 그 취지를 무색하게 했고 결국 정의당에도 별반 유리함이 없었다는 평가다.

그러자 양당은 22대 총선에서 위성정당 폐해를 명목으로 병립형 비례제의 회귀를 강조하고 있다. 이미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도 뜻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민주당은 당내 지도부 및 일부 친명인사들을 중심으로 병립형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실례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선거는 승부”라며 “이상적 주장을 멋있게 하면 사실상 소용이 있겠느냐”며 병립형 비례제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의 경우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당내 초선의원들 일부가 연동형 비례제의 확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등 다른 의견들도 있어 왔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정의당 등 진보진영 인사들은 “21대 총선에서 거대양당이 위성정당을 내세운 것은 자당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고 이번에도 비례제 개편 논의를 통해 같은 의도가 보이고 있다”며 “거대양당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까 궁리만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국회는 대의민주주의의 장으로서 우리 시민이 선거를 통해 위임한 권력을 시민을 위해 써야 한다”며 “유권자들의 표가 죽은 표가 되지 않고 각자의 지지 정당 의석에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위 ‘민심 그대로’의 의석수가 배분될 수 있도록 현재의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넘어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장하는 완전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해 정치문화와 문법을 바꾸고 국회가 시민의 목소리로 가득찰 수 있도록 개혁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두 당에 대해 “국민의힘은 병립형 선거제도로의 퇴행하는 당론을 파기해야 하며 민주당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칙있게 지겠다’는 발언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