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장애인 전문체육선수 인권실태조사’ 보고회 현장 모습 (사진=인천시사회서비스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장애인 전문체육선수들 중 상당수의 선수들이 인권 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인권보장체계 마련 등 시급한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30일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최근 인천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공동으로 장애인 전문체육선수 인권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에 해당하는 비율의 선수들이 인권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21년 같은 성격의 자체 조사는 인천시장애인체육회가 한 적은 있지만 외부 기관이 맡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사서원 측 설명인데 활동은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이 중심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태조사는 지난 6~9월 인천시에서 활동 중인 장애인 전문체육선수 286명과 감독, 코치 등 종사자 33명을 대상으로 했고 조사 과정에서 학대 의심 사례 9건을 발견해 상담, 조사 등을 진행하면서 나타났다.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35.6%가 인권침해가 있다고 답했으며 매우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도 9.6%로 나타났다. 반면 ‘전혀 없다’와 ‘없다’는 각각 21.8%, 33%로 나왔다. 

인권침해를 직접 당하거나 목격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엔 72.8%는 ‘없다’고 했으나 14.6%는 ‘직접 목격하거나 전해 들었다’고 했고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도 12.6%나 됐다.

인권침해 유형으로는 따돌림 및 유언비어 유포가 24.3%, 고함이나 언어적 협박 18.3%, 체벌이나 기합 17.4%, 욕설 17.4%, 구타 12.2% 순으로 나타났다.

인권침해를 입었어도 40.6%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했고 대응했다는 답변은 26.6%였다. 가해자로는 동료 선수가 52.6%로 가장 많았고 감독‧코치는 40.4%, 코칭스태프와 체육시설 직원 및 이용자도 각각 3.5%나 차지했다.

또 지난 1년 간 장애인 인권교육 수강 여부를 묻자 10명 중 3명은 교육 경험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 시간 역시 38%는 1~2시간을 수강했고 4시간 이상은 15%에 불과하는 등 인권교육의 부족함도 드러났다.

체육시설을 이용할 때도 인권침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32.4%는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 수가 부족해서 이용을 포기’했다고 했고 22.8%는 이용할 수 있는 체육 프로그램 부족, 22.5%는 비장애인 눈치가 보여 체육시설 이용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훈련 장소 역시 47%는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에서 한다고 했으나 17%는 공공체육시설, 15.5%는 민간체육시설, 6.4%는 학교체육시설을 이용했다. 마땅한 곳이 없어 매번 다른 곳에서 훈련한다는 응답도 2.7%나 됐다.

선수들의 절반은 인권침해가 일어났을 때 도움받을 기관을 인지하지 못했다. 인권침해 신고기관, 권익옹호기관, 스포츠윤리센터 등을 모른다는 응답은 각각 42.4%, 55%, 50.2%로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종사자는 선수와 인권침해 인식에서 차이를 보였다. 인권침해 목격 여부 질문에 6.1%만 목격했다고 답했다. 유형으로는 따돌림 및 유언비어 유포가 40%, 고함이나 언어적 협박은 20%, 체벌이나 기합, 욕설, 금품갈취 및 요구를 목격했다는 응답도 각각 10%였다. 

성희롱 및 성추행을 목격했다는 응답도 10%였다. 인권침해를 목격했으나 목격자 모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나만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내 소관이 아니라서’라고 답했다. 또 선수와 달리 종사자 15.2%만 인권침해가 있다고 답했다.

인권침해 원인으로는 22.4%는 장애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자원 부족을, 21.2%는 체육계 내부의 열악한 처후 및 근로환경을 꼽았다. 인권 의식 부족과 장애인 체육선수의 도전적 행동에 대한 대응력 부족이라고 답한 이들도 각각 12.9%를 차지했다.

선수 대상 별도 인권교육의 필요성에는 85.4%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지도자 대상 인권교육 역시 86.1%가 필요하다고 응답하며 공감의 분위기가 강했다. 연구는 인권보장을 위해 몇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장애인 선수가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을 늘리거나 접근성 확대, 장애인 선수 할당제 도입 등 시설 개선이 시급하고, 이어 체육시설 모니터링 요원을 선발해 환경 현황을 점검하고 체육시설 정보를 인천시청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여기에 근로지원인 확대와 상담 창구를 마련하는 방안 및 다양한 인권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인권침해 시 대처 방법, 우수 사례 공유‧확산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인권침해에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맡은 전지혜 인천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권익옹호기관과 함께 해 현장 조사에서 학대 의심 사례 발견 시 즉각 개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우리 사회가 따돌림, 괴롭힘과 같이 일상의 차별 행위를 인권침해로 여기는 인권 감수성의 수준이 올라가면 장애인 선수의 인권침해 역시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에 따르면 응답 선수들의 45.9%.는 경기단체(협회‧연맹) 소속이고 23.4%는 민간기업, 21.2%s은 시‧도‧군 장애인체육회 소속이다. 또 47.1%는 선수 활동이 주업이고 학생은 13.4%다. 81.8%는 전문선수, 16.3%는 동호인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