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지역에서는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로 언급되는 ‘경인선 지하화’를 두고 국회에서 경쟁이 붙은듯한 모습이다.
여야 의원들의 발의안은 사실상 같은 내용이지만 야권의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은 ‘경인선’을, 여당 서울 국회의원은 ‘경부선’을 우선순위에 놓은 만큼 어느 쪽이 우선순위에 놓일 것이냐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의 관심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김교흥(인천서구갑), 허종식(인천동미추홀갑) 의원은 27일 인천시청사에서 ‘경인전철 지하화 추진현황 및 향후과제’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 지하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조만간 국회 해당 상임위(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두 의원이 언급한 ‘철도 지하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지난 9월 허종식 의원이 발의한 내용으로 철도 부지 개발이익금 환수, 사업시행자의 철도지하화 통합채권 발행 등에 대한 내용이 골자다.
허 의원은 “판단하기로는 지금이 경인전철 지하화 사업의 최적기가 아닐까 싶다”며 “부천역과 부평역의 민자역사 점용 기간이 각각 2029년, 2030년까지인데 이에 앞서 지하화 사업 절차를 완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14일 ‘사실상 같은 내용’으로 국민의힘 소속 권영세 의원(서울용산)이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안’ 역시 사실상 같은 내용으로 법안 발의를 한 바 있어 ‘우선순위가 다른 비슷한 법안’을 놓고 여야의 줄다리기도 예상되고 있다.
누구의 법안이 통과될 지도 관심사겠지만 인천의 경우 ‘경인선 지하화’가 열망이었던 만큼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이 어떻게든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두 의원 외에 홍영표(부평을)·박찬대(연수갑)·맹성규(남동갑)·신동근(서구을)·유동수(계양갑)·정일영(연수을) 의원 등 민주당과 정의당 배진교(비례), 무소속 이성만(부평갑) 등 야권인사들이 뜻을 함께 했다.
정치권에서는 허종식 의원을 필두로 하는 ‘경인선 우선순위론’과 권영세 의원의 ‘경부선 서울 우선순위론’의 경합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두 의원의 법안을 놓고 정부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놓느냐에 따라 지역의 숙원사업 시기가 당겨질 수도, 혹은 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허 의원 등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은 인천~부천~서울 구로구로 이어지는 현 1호선 경인전철의 지하화를 염두에 뒀고, 권 의원은 경부선 노선의 용산~당산 구간 지하화를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볼 수 있기 때문.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치를 당시 경인선을 포함한 수도권 지하철 지상 노선 및 경부선의 서울·대구·부산 도심구간의 지하화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런 상황에서 권 의원의 경우 원희룡 장관이 아직 자릴 지키고 있는(정치권에서는 원 장관의 총선 출마가 사실상 ‘기정사실화’ 돼 있음) 국토교통부와 함께 법안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경부선에 우선순위가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허 의원도 해당 법안을 두고는 의원실 차원에서 서둘러 준비하는 모습이다. 권 의원이 준비한 법안과의 경쟁을 다분히 의식했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허 의원을 비롯한 인천 야권의 국회의원들은 다음 달 5일 열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소위원회에서 두 법안을 병합 심의토록 할 것을 요구하고 경인선의 지하화 요구가 인천과 수도권 지역사회에서 강하게 열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계획이다.
허 의원은 “국토부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준비가 더 잘 됐다고 판단되는 쪽의 사업을 우선순위에 놓고 일처리를 하지 않겠느냐”며 “인천의 모든 기관들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민의힘 소속인 인천지역 국회의원 두 명(배준영, 윤상현)이 야당 인천 국회의원들에 손을 들어줄지, 아니면 같은 당의 서울 국회의원의 손을 들어주게 될 지도 관심사다.
물론 내용 상으로 ‘대동소이’한 법안이기는 하나 그 이면에 박힌 우선순위는 분명 다르기 때문에 만약 이 두 의원이 ‘당리당략’ 등의 논리로 권 의원의 편에 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논란의 소지도 있기 때문.
또 국민의힘 소속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어느 쪽의 편에 서는 입장을 보일 것인가에 대해서도 지역사회 차원의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도 물론 있다.
앞서 언급대로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던 ‘경인선 지하화’ 사업은 인천역에서 구로역까지 21개역, 27km 구간을 대상으로 추진되는, 총 사업비 추산 9조 5,408억 원의 대규모 토건 사업이다.
이중 인천 구간은 인천역∼부개역 11개역 총 14km 구간으로 전체 사업 구간의 절반이 약간 넘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