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민선8기 들어 인천시가 청년세대에 대한 지원정책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그나마 있는 지원사업도 여러 방면에서 ‘나사 빠진’ 듯한 부실함을 보이는 등 총체적 난국의 모습이다.
그 배경에 인천시 조직인 ‘청년정책담당관실’이 신규사업 계획과 예산을 재정부서에 올렸지만 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이들이 전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러다보니 해당 조직의 의욕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가 9일 진행한 인천시 청년정책담당관실의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민선8기 들어 인천시가 추진하는 청년정책 중 인천만의 특화 사업이 거의 없다시피 하거나 타 시·도에서도 이미 하고 있는 기존 사업의 답습 등이 사실상 청년지원의 전부라는 강도높은 지적이 나왔다.
이날 김대영 의원(비례, 민)이 김익중 인천시 청년정책담당관에게 청년 군복무 상해보험조례의 추진 현황을 묻는 자리에서 김 담당관은 “관련해서 올해 예산 올렸으나 우리 담당관실에서 제출한 신규 사업들이 전부 반영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담당관은 “예산부서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도 청년지원사업 상당수가 아예 없어지거나 쪼그라들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민선8기 시정부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 이번 9대의회의 행안위는 청년문제에 더 민감하다고 할 수 있다.
9대의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이전 역대 의회에 비해 청년문제를 다루는 행안위에 다수의 청년세대 혹은 그보다 살짝 위 연령의 시의원들(이를테면 이단비, 김용희, 신성영-이상 국민의힘, 김대영, 석정규-이상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포진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
이날 행감에서는 인천시가 2018년부터 지금까지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청년인구는 되려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이 확인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인구가 증가하면 청년인구도 증가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인천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
지역 청년들의 정착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나 좋은 주거환경 등을 보장하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청년 수의 감소 현상만 봐도 인천시의 전반적인 청년정책이 잘못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 행안위 소속 시의원들의 의견이었다.
실제 이들 시의원들은 이날 행감에서 여러 지적사항들을 강도 높게 언급하면서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짧은 시간 동안 꽤 많이 전달했다.
사실 청년정책담당관실의 행감은 이날 오전 중 마무리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이뤄졌지만 김 담당관이 적잖이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지적한 내용들 중 몇 가지를 추려보면 시와 일선 군·구에서 청년지원을 위한 ‘거점’으로 조성한 ‘유유기지’의 청년 이용률이 인천 관내에 거주하는 청년 수와 비교했을 때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날 행감에서 김 담당관은 “인천 유유기지의 경우 올해 이용실적 자체만 보면 2만여 명이 이용했고 이를 일평균으로 나누면 90명 정도가 된다”고 밝혔다. 행감서 언급된 ‘인천 전체의 청년세대 인구’가 83만 명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여유롭게 잡아도 80만 명의 청년세대가 유유기지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 문제를 짚은 김용희 시의원(연수2, 국)은 “알면서 안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80만이 사실상 모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건 문제”라며 “물론 일선 군·구의 유유기지를 이용하는 수는 제외된 것이겠지만 이를 포함해도 결국 비슷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유기지를 통해 관내 청년들에게 본인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에 대해 전달하는 등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 이날 행감을 통해서는 여러 가지의 부실한 청년지원 내용들이 확인되기도 했는데 특히 유유기지에 대한 홍보작업 등과 관련해 인천 관내 대학교 등에 대해 시가 홍보했다거나 하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
실제 김 의원이 김 담당관을 향해 일선 학교 홍보내용 등을 물었지만 확인되지 않았고 6월 부임한 김 담당관이 모를 수 있을 가능성에 김 의원이 청년정책담당관실 내 다른 공직자들에게도 “모르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학교 측엔 홍보를 전혀 안 했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지금 내가 알기로도 유유기지 조성 달성률이 70% 이상 되고 그런 걸로 아는데 남이 모르면 훌륭한 게 아니다”라며 “인천시 유유기지는 2만 명 정도밖에 이용이 안 되고 전체 유유기지 데이터는 취합된 것도 없고 이런 게 다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단비 의원(부평3, 국)은 “최근 인천시 유유기지를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간판도 없어서 찾기가 정말 힘들더라”고 운을 떼고 “인천시 외에도 군·구 유유기지들이 있는데 운영이 모두 제각각인데다 공무원 근무시간에만 운영돼 실제 이용에 제한이 많은 등 여러 문제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대영 의원 역시 “유유기지 소재지와 관련해 청년들이 접근성에 상당한 불편함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인천의 청년정책이 특화된 사업이라고 얘기할 만한 게 거의 없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석정규 의원(계양3, 민)은 “우리 시가 내세우는 청년정책사업들 대부분은 다른 지자체들도 하는 것인 데다 국비매칭 등 사업의 경우 국가에서 안 하겠다면 그냥 같이 손을 놔버리는 부분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천시가 내년부터 중단 예정에 있는 지역특산물 판매 청년 매니저 사업이나 ‘양질의 청년일자리 사업’ 부문 지원 등을 보면 상당수가 국비 지원 중단 혹은 시 예산담당 부서의 삭감 등이 원인인데 사실상 정부의 세수펑크가 영향을 줬음을 직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간 국비매칭 형태로 진행됐던 지역특산물 판매 청년 매니저 사업의 경우 기존 사업에 투입돼 활동하던 청년매니저는 사실상 내년부터는 ‘실업자’ 신세가 되는 형국이지만, 인천시는 “안타깝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며 ‘무대책’ 상태임을 인정했다.
석 의원은 “국가에서 안 하고 예산 끊어서 안 한다’는 게 기본 기조라면 그런 기조로 청년정책을 이끄는 건 문제가 있다”며 “청년지원 사업들 중 ‘소수’에 해당되는 사업들이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시는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던 ‘정장지원(인천시는 ‘드림나래 면접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 사업도 일선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이 예산만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 사업은 기업 면접을 희망하는 인천지역 청년들에게 1인당 최대 5만 원 수준으로 최대 5회까지 정장을 대여받을 수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청년 1인이 최대 25만 원까지 지원에 투입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단비 의원은 “이 정장지원을 실제로 내가 빌려 봤는데, 5만원이면 아예 사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여되는 정장의 질이 형편없었다”고 지적했지만 김 담당관을 이를 사전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차라리 한 벌을 사 줘도 25만 원이 안될 것 같은데 점검을 해서 개선시키던지 방식을 바꾸던지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는데 이 의원의 파악한 바가 맞다면 정장지원을 해주는 일선 업소에서 일종의 ‘예산 장난질’을 한다고 볼 수 있는 만큼 강한 조치가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다.
또 청년통장 지원사업과 관련해서는 김대영 의원이 “지원 자격이 되는 청년들이 관련서류들을 마련해 제출하는데 아무래도 사회 초년생 입장이다 보니 이 작업이 서툴러서 제출과정에서 빼먹는 서류들이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땐 보완하라는 연락을 해주는 등의 배려도 필요해 보이는데 시는 그런 게 전혀 없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그외에도 신영희, 이단비, 석정규 등 행안위 소속의 여러 시의원들이 지적한 ‘옹진군 스타트업 지원사업’도 옹진군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 때문에 지원자가 극히 적다는 의견도 있었다.
해당 사업의 지원 조건을 충족하려면 옹진군 거주, 청년, 스타트업 창업 조건이 다 붙어야 되는데 옹진군 관내에서 이 청년들이 있어봐야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문제를 지적한 의원 중 한 명인 이단비 의원은 “예를 들어서 여행 스타트업 기업이 연계해서 옹진군 관광객을 데려오고 이 과정에서 옹진군에 사는 청년을 가이드 직원으로 둔다고 하면 그때는 ‘옹진군 거주’ 내용만 충족해도 가능한 부분”이라며 사실상 ‘기획력과 발굴의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청년의 날 행사’ 등 청년 중심의 행사와 관련한 아쉬움의 의견도 이날 시의회 행감을 통해 전달됐다.
김대영 의원은 “전반적으로 행사는 잘 되기는 했는데, 시 홍보대사인 트로트 가수 김수찬씨의 무대가 있던 날엔 팬들이 그곳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하더라”며 “물론 청년들도 트로트 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청년 중심의 축제가 그런 방향으로 전개되는 건 좀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