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이 6일 브리핑룸에서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과 관련 “무책임한 정치 포퓰리즘을 거두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김포의 서울 편입과 관련해 정작 여당 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장기간을 ‘김포지역 정치권 인사’로 지내왔던 유정복 인천시장도 이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 만큼 이후 반응에 지역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유 시장은 6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지역 포퓰리즘의 그림자가 가득한 정치 쇼”라며 “정치권은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고 정치를 하라”고 일갈했다.

그는 “결론부터 말하면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 구상은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법적 근거나 현실적인 검토 없이 국회 만능주의에 입각한 무책임한 얘기이며 국민 갈등과 혼란만 일으키는 정치공학적인 접근이자 정치 쇼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유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세 가지 정도의 근거를 통해 김포의 서울 편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꺼냈는데 첫 번째 이유부터 “아예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행정 및 입법 절차가 필요한 데다 지방자치 법에 따라 김포주민은 물론 서울시의회, 경기도의회 동의까지 필요한데 현재 여론조사 상황만 봐도 반대가 훨씬 많은 상황이다.

또 지방의회 구성 상 통과도 어려운 데다 국회에서도 현재 여당의 규모로 관철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점도 함께 지목했다.

유 시장은 “인천시를 예로 들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행정개편안의 경우 시민과 지방의회 모두의 완벽한 동의 하에 추진되는 것”이라며 “김포는 (서울 편입을 주변에서) 다 반대하지 않느냐 (정치권에서) 괜한 기대감만 줬다가 혼란과 실망만 초래하고 김포 주변 전 지역이 ‘비호감’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선거를 불과 5개월 여 앞두고 신중한 검토 등 과정도 없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이슈화하는 것은 정치공학적인 선거 포퓰리즘으로 아주 잘못되고 무책임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편입 건은 정부는 물론 김포를 제외한 어느 지방 정부도 검토나 협의도 없었으며 수도 방위를 어떻게 하고 재정은 어떻게 하냐 등 행정·재정·국방 등 어느 하나 제대로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편입 문제가 ‘국가 대개조’라고 표현될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이를 선거 포퓰리즘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세 번째로는 지방 정부 시대를 역행하는 ‘서울특별시 공화국’은 국가 운영 차원에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는 “수도를 ‘특별시’로 둔 나라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고 각 시·도가 ‘특별’자를 붙이려고 혈안이 돼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어 “경기도는 면적이나 인구 수의 비대화로 인해 주민들을 위해 분도를 추진하고 있는데 김포는 서울의 절반 면적이나 되는데 이를 서울에 편입한다고 하면 인접한 다른 기초단체들도 들썩이는 부적절한 측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는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을 시장으로 두고 있는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하고 싶다”고 밝히자 인근 고양과 하남, 구리 등 같은 당 소속 정치인들이 시장으로 있는 기초단체들도 서울 편입을 원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는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당 인사’에 해당되는 김동연 경기지사의 행로를 방해할 목적으로 경기도의 행정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더 큰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유 시장은 “윤석열 정부는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한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이라는 목적을 삼은 만큼 현 정부의 정책과도 반대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김포의 서울 편입 등 주장은 김기현 당 대표 체제가 다분히 총선을 의식해 띄우는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전반적인 진단이다.

그러나 현재 총선을 불과 반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별도의 추진위(특위)까지 꾸리고 있지만 정작 당내에서도 만만찮은 비판과 자중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태다.

실례로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도봉갑 당협위원장이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인터뷰를 통해 “기존의 서울도 제대로 경쟁력 강화를 못 하고 있는데 김포 붙여 덩치 키운다고 서울 경쟁력 강화가 되느냐 있는 서울이나 잘 챙기라”고 일갈한 것은 대표적이다.

여당 인사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김포 주민들 입장에서 교통 관련 숙원 사업은 5,9호선 연장인데 (서울 편입이 되면) 국비지원 비율이 낮아져 연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도시철도의 건설 및 지원기준’에 김포의 서울 편입을 대입하면 연장 노선은 ‘광역전철’이 아니라 ‘도시철도’가 되는데 광역철도는 국비지원 기준이 최대 70%, 지방비가 30%인데 도시철도가 됐을 경우 국비 지원이 40%밖에 안 된다.

그런데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이들 인사들의 주장보다 유 시장의 이 같은 공식 입장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시장의 경우 ‘같은 당 소속의 광역단체장’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는 의미 외에도 과거 행정안전부(당시 ‘안전행정부’로 명명) 장관을 지낸 만큼 정부부처 행정 시스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인사로 거론되기 때문.

이 때문에 당내에서도 유 시장에 대해서는 ‘정치 성향이 짙은 인물’이라기보다는 ‘관료 성향이 강한 인사’로 분류되는 경우가 꽤 있었다.

또 2014년 민선6기 인천시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민선 최초 및 2기 김포시장(1기는 군수)을 지낸 유 시장의 과거 정치 경력을 감안하면 ‘인천만큼이나 김포에 애정이 있을 수밖에 없을 정치인’이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는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실제 유 시장은 김포시장 이후로도 김포시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낼 정도로 김포의 지역사회와도 적잖이 관계가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유 시장의 정치적 고향을 김포로 지목하고 있고 지금도 김포에 오래 거주한 김포시민 중 상당수가 적잖이 그에 대한 지지를 보낸다고 알려져 있다.

김포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유 시장이 과거 국회의원을 지내던 당시 김포는 한창 경전철이냐 중전철이냐의 문제를 두고 소위 ‘잘못된 여론’이 힘을 받아 지역을 지배하던 시절”이라며 “당시 일련의 과정을 지켜봐 왔을 유 시장이 더 이상 ‘정치질’에 속지 말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김포 시민들에게 던지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