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일제 강점기인 1944년 인천의 초등학교 여자 졸업생 및 6학년 학생 등 13명이 일본 본토로 강제 동원된 사실이 당시 언론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종식 의원(인천동·미추홀갑, 민)에 따르면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의 1944년 7월 4일자 3면 기사 ‘전별금을 헌납, 정신대의 미담’에서 ‘인천부 송현초등학교 졸업생 중 27명이 여자정신근로대 모집에 응모해 13명이 합격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그간 ‘구술’로만 전해져 왔던 인천지역의 여자근로정신대 동원이 당시 언론 기록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매일신보는 ‘학부모들이 축하의 의미로 돈을 모아 일본에 가게 될 여학생 한 명당 5원씩을 주었지만 학생들이 국방 헌금을 하기로 하고 모교 이와오(岩尾) 교장에게 절차를 의뢰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날 매일신보 3면의 ‘감연히 증산전열로 반도 처녀들 대진군, 근로봉사 굳게 맹세, 경성·인천 출신 정신대 합동잠행회’라는 기사에는 이들이 7월 2일 서울에서 시가 행진을 한 후 일본으로 떠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해당 기사에는 ‘인천 두 곳의 우수한 여성 OO명을 선정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송현국민학교뿐 아니라 다른 학교의 여학생도 동원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동북아역사재단이 펴낸 ‘일제의 전시 조선인 노동력 동원’에는 박임순 할머니(1932년생, 2018년 사망)의 “1944년 인천 송현초등학교 6학년 때 교장이 근로 정신대로 2년 갔다 오면 고등학교 졸업장을 준다고 회유, 인천에서 1차로 50명이 동원됐다”는 증언도 남겨져 있다.
송현초등학교 여학생 강제 동원은 지난 2018년 민족 문제연구소의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공론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4년 이 학교에서 6학년 여학급 담임 교사를 지낸 ‘와카타니 노리코’라는 인물의 딸이 어머니가 보관하고 있던 사진을 연구소에 기증하면서 이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는 것이다.
기증한 사진 뒷면에는 ‘1944년 9월 인천송현초등학교 제1회 졸업 기념 촬영/정신대원 7명 환송회’라는 내용이 한자로 적혀 있다.
다만 당시 국민학교는 3월 졸업, 4월 새학기 체제였기 때문에 근로정신대로 가는 졸업생 또는 6학년생 환송을 위해 재학 중인 여학생들이 함께 찍은 사진일 가능성이 높고 정신대원 7명도 매일신보 기사의 13명과는 달라 7월 13명에 이어 9월 7명이 추가 동원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허 의원의 설명이다.
일제는 1944년 3월 18일 중등학교 학생을 겨냥한 ‘학도동원비상조치요강’을 발표하고 인천의 중·고생들을 부평의 육군조병창 등으로 동원했으며 같은 해 8월 23일에는 초등학교 6학년이나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여자정신근로령’을 공포해 어린 여학생을 일본 본토의 군수 공장 등으로 동원했다.
그런데 허 의원이 발굴한 매일신보 기사를 감안하면 일제가 ‘여자정신근로령’ 공포 이전부터 어린 여학생들을 여자정신근로대로 동원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인천시는 2016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여성근로자 지원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생활보조비(월 30만 원), 의료비(신청할 경우 20만 원), 장제비(1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지원 대상은 첫해 7명에서 현재 3명만 남아있는 상태다.
허 의원은 “강제 동원된 여학생들은 일본 항공기 부품 등을 만드는 공장 등에 보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린 친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작업으로 현재의 초6·중1 나이에 공장에서 일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강제 동원과 비교해 고통의 정도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로 정신대가 위안부와 동일하게 여기는 인식 때문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학계의 설명이 있는 만큼 일제 만행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관련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