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현장을 비롯해 전국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에서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 사례가 계속 발견되면서 LH가 시민사회로부터 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전관특혜 카르텔’을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LH가 스스로 인정한 전권특혜 관행이 뿌리깊고 넓게 분포해 있어 발본색원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3일 LH에 따르면 지난 2일 이한준 LH 사장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이권 카르텔을 타파하고 부실공사를 근절한 고강도의 근본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21년 LH 건설 수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LH 전관 영입 업체 47곳이 전체 용역의 절반 이상인 297건(55.4％)을 수주했다고 발표했으며 계약 금액 규모로는 전체 69.4％(6,582억 원) 수준이다.
경실련은 이 같은 통계는 2015부터 2020년까지의 LH가 진행한 설계 용역 수의 계약 536건, 건설 용역 경쟁 입찰 290건에 대한 분석이라고 밝히면서 이 같은 전관예우가 관행화됐다고 비판해 왔는데 이를 감안한 입장으로 보인다.
경실련은 비판 여론의 발단이 된 인천 검단 LH 발주 아파트의 공사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에도 설계 용역을 모두 전관 업체가 수주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LH는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설계, 심사, 계약, 시공, 자재, 감리 등 건설공사 과정 전반에서의 전관 예우와 이권 개입, 담합 유발 원인을 근절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이 사장이 직접 밝힌대로 “전관이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면, LH만 이 같은 타파 작업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느냐는 일각의 비판도 불가피한 상태다.
특히 아파트 지하 주차장 철근 누락을 설계한 업체 중 한 곳은 LH 주관 설계전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상’ 등 수상을 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LH가 발주한 건설영역 전 분야에서 두터운 전관예우 관행이 드러나고 있는 점들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의미없는 쳇바퀴’와 같은 작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업체는 경기 파주시 동패동 파주운정 A34 지하주차장 등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20년 LH의 ‘미래건축 특별설계공모전’에서 장관상)을 수상하고 성남금토지구 내 신혼희망타운 일부의 설계권과 구매계약 체결권 등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은 이 업체에 대해서도 LH 출신의 전관특혜에 해당된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던 31일 “이 업체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파주운정 A34 임대 지하주차장 철근이 빠진 이유는 시공이 아닌 설계 문제, 즉 구조계산 누락 및 계획 변경구간의 계산 누락 등이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러자 이 사장은 이번 15개소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철근 누락과 관련해 연루된 설계와 시공, 감리 등의 업체 전부를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아무리 LH가 갖은 힘을 쓴다고 해도 소위 ‘엘피아’로 언급되는 카르텔의 문제를 해소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며 이 역시 여론의 힘을 얻고 있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종사자는 “LH 발주 설계는 그것이 단순 발주이든 공모든 간에 업계에서 ‘전관들 파티’ 등의 표현들이 공공연히 나오는 분위기”라며 “제아무리 혁신 의지를 다진다 해도 전관들이 이미 다 퍼져나간 걸 자신들도 인정하는 마당에 어떻게 그걸 막겠다는 건지 모르겠고 실제로 LH도 의지만 표명할 뿐 뚜렷한 그림도 못 그리고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국토부가 최근 전관들이 없는 업체를 대상으로 일정 부분 가점을 주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는 있지만 업계 내에서조차 그런 것들이 과연 전관 특혜를 발본색원해 막을 수 있는 방법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앞서 언급한 건설업계 종사자는 “다행이라면 일단 LH에서 자기들 내부 자체로는 신뢰회복이 어렵다고 인지는 하는 것 같아 보였다”며 “어떻게 혁신을 하겠다는 건지는 국민들께서도 지켜보겠지만 업계에서도 ‘두고보자’는 분위기가 있는 만큼 LH가 이후 처신을 잘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