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이재호 연수구청장과 연수구의회가 구 예산조정과 관련한 갈등이 확산되자 지역사회 일부에서 “이 구청장이 의회를 무시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갈등으로 격화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3일 이 구청장이 구의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열린 회의장의 정회 현장을 찾아 현장에서 보인 언행 등에 일각의 지적이 이어지자 연수구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구의회의 예산조정 등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등 갈등 국면은 좀처럼 가라않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9일 연수평화복지연대는 “연수구 주민 대의하는 연수구의회 무시, 이 구청장을 규탄한다”는 제하의 성명이 담긴 보도자료를 내고 “구의회를 무시한 언행을 보인 것이 맞다면 구민들에게 사과하라”고 경고했다.
해당 보도자료에 따르면 3일 오전 10시부터 구의회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고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 중이었는데 예결위가 정회하는 도중 이 구청장이 예고도 없이 현장을 찾아 격한 말싸움을 하는 등 상황을 연출했다는 것.
이 단체는 연수구가 세운 예산에 대해 시민 대의의 역할이 있는 의회가 조정 혹은 삭감, 증액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만큼 이 구청장이 이렇게 회의장을 찾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의 언행이 의회를 무시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보도자료에는 “이 청장이 회의장을 찾아 예결위원들을 향해 ‘내가 세운 예산을 왜 깎냐’며 고성을 지르고 ‘선배 의원(이 구청장이 과거 연수구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음)으로서 후배 구의원들의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적시돼 있다.
연수평복연이 문제를 삼은 부분은 연수구의 ‘구정홍보용 영상게시판 LED 전광판 교체’를 위해 추경에 4억 원을 편성한 내용으로 보인다.
기존 설치된 영상게시판의 내구연한이 1년 남았지만 색이 바래지는 등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구청장과 연수구의 의견이었는데 구의회는 내구연한이 아직 남아 있는 이유 등으로 삭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9일 연수구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배포한 브리핑자료를 보면 LED시설뿐만 아니라 연수구 편성예산의 의회 조정 내용들(직원 체육대회 소요예산 5,500만 원, 송도5동 주민센터 복합청사 예산 5억 원 등에 대한 예결위의 삭감 등 조정안) 전반에 이 구청장이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예산의 전반적인 편성과 운영 등에 대해 이 구청장과 구의회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 사실 이런 식의 이견들은 어느 지자체들에나 있는 것이지만 연수구의 경우에는 이 구청장의 언행 등으로 사실상 더 부각이 되는 분위기로 보인다.
다만 기자가 내용 확인을 위해 복수의 구의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 구청장이 고성을 질렀다거나 ‘내가 세운 예산을 왜 깎냐’는 등의 발언을 한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선배 의원으로서 후배 의원들이 부끄럽다’는 식의 발언은 들었던 구의원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예결위 소속의 한 구의원은 “정회시간에 이 구청장이 들어와 그 발언(후배 의원들이 부끄럽다)을 한 것은 직접 들었다”며 “구의원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을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지 않겠냐”고 의견을 말했다.
이 구의원의 전언대로라면 구 집행부는 예산을 올릴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조정(삭감, 증액 등)은 의회의 고유권한인데 이 구청장의 언행은 시선에 따라 이를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이 될 여지가 있기는 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행부와 의회의 관계 구성에 대해 이 구청장의 이해가 미흡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데 실제 일부 구의원들 가운데서도 이러한 의견을 가진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른 구의원 역시 “구의원으로서 유감이라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을 듯하다”며 “‘선배로서 얘기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이들 구의원들이 일단 익명을 요구한 이유로 조만간 구의원들이 대책을 마련하면서 공식적인 이야기들이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공식적인 대응의 움직임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는 단정할 수 있는 시기는 아직 아니다.
이들 구의원들은 “불편한 감정을 갖고 대화한 기색은 역력했지만 (보도자료의 표현대로) 고성이 오갔다거나 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들 구의원들에 따르면 실제 이런 부분에 대한 불만의 표현 일환으로 이후 장현희 구의원이 이 구청장의 이런 언행에 대해 지적하는 식으로 구의회에서 의사진행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여론이 논란으로 번지자 이 구청장은 연수구 공식 브리핑자료를 통해 “추경심사에서 깜깜이 밀실 예산심사 및 집행부에 대한 반감으로 감정적이며 보여주기 식의 예산 삭감을 했다”고 맞섰다.
이어 “이번 심사는 본예산이 아닌 추경에 편성됐다는 이유만으로 추진의 필요성, 당위성 측면이 판단되지 않아 구민과 공공의 이익이 저해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상 의회 예산조정 결과에 대한 ‘불만의 표현’인 셈이다.
그러나 해당 브리핑자료에는 예산안에 대한 불만의 내용이 대부분으로 이 구청장이 예결위 정회 현장을 찾아 ‘선배의원’, ‘부끄럽다’ 등을 운운했던 언행에 대한 해명의 내용은 없었다.
연수평복연의 규탄 내용이 예산안 내용보다 이 구청장 언행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인 만큼 기자가 연수구 홍보부서에 해당 보도자료 내용에 대한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문의했지만 홍보부서 담당자는 “(이 구청장이 예결위 현장으로 간 것은) 소통 차원이라고 전해들었다”고만 알려왔다.
한편 해당 보도자료를 배포한 연수평복연 측은 “만약 이 사업이 추경까지 편성해야 할 정도로 중요하고 급한 것이었다면 사전에 이 구청장이 상임위원회 및 예결위원회 소속의원 등을 찾아 설명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며 “저런 식으로 구의회를 대한다고 하면 이를 ‘막말 언행’으로 보고 구의회를 넘어 구민들을 무시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